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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3 '전자적 숲; 소진된 인간' 개최
  • 이승준
  • 등록 2023-05-21 06: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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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직무대리 박종달)은 다원예술 2023 '전자적 숲; 소진된 인간'을 내년 2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7년부터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 영역을 확장하는 다학제, 융복합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을 진행해왔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2020), '멀티버스'(2021), '미술관-탄소-프로젝트'(2022) 등을 통해 퍼포먼스, 공연, 전시와 수행적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면서 미술관 문턱을 낮추고 관객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예술과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3 '전자적 숲; 소진된 인간'은 지쳐가는 일상에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피곤한 현대인의 다양한 시도와 그 저변에 흐르는 문화 양상을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통해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기획됐다. 


'전자적 숲; 소진된 인간'은 자신의 감각을 확장하고 내면을 성찰하려는 노력이자, 자기 정진의 과정이었던 명상이 디지털 사회이자 성과 중심 사회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3분 명상’, ‘108배’, ‘힐링 음악 플레이리스트’등의 유튜브 영상처럼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한 현대인의 시도는 최근 다양해지고 일상화되고 있다. 


올해 다원예술은 이런 변화에 있어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와 플랫폼 그리고 전자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관심을 가진다. 또한 성과사회에서 내면의 건강을 위한 개인의 시도가 결국 양면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주목해 전시명 ‘전자적 숲’은 마음의 평온을 위한 노력이 결국 전자매체와 플랫폼 등에 기반할 수밖에 없음을 언급한다. ‘소진된 인간’은 사회라는 큰 구조 안에서 개인의 가능성과 잠재성이 가능한지를 질문하기 위해 들뢰즈의 에세이 '소진된 인간'에서 가져왔다.


다원예술 2023 '전자적 숲; 소진된 인간'은 기간을 나눠 총 4부로 구성한다. 1부 백남준과 함께 (전자)명상하기(2023년 5~7월), 2부 자율-쾌락으로서 음악 그리고 플레이리스트(2023년 6~8월), 3부 노이즈 캔슬링과 앰비언트, 몸과 목소리(2023년 9~11월), 4부 탐닉의 시대, 웰빙을 숙고하기(2023년 11월~2024년 2월)이다.


1부 ‘백남준과 함께 (전자)명상하기’는 이달 26일부터 7월 16일까지 5개의 세부 프로그램별로 진행된다. 전자기술과 전자예술을 통해 정신을 집중하고 감각을 확장하고자 했던 백남준은 전자 참선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1부는 이러한 백남준의 제안에 관한 현대적인 응답이라고 할 수 있고, 시작은 백남준 작업의 오래된 전자장치에서 발생하는 기계음, 노이즈 그리고 미세한 소리들의 몽타주라고 할 수 있다. 백남준의 작품 '블루 부처'(1992/1996)와 '필름을 위한 선'(1964)이 발산하는 여러 신호에 상응하기 위해 5개의 감상법이자 명상법을 개발 및 제공한다. 1부에는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여성 전자음악가, 사운드 엔지니어, 퍼포먼스 작가 그리고 전시기획자 등이 참여한다.  


2부 ‘자율-쾌락으로서 음악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는 6월 28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되고, 클래식과 현대음악 등이 과거와는 달리 유튜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기존에는 클래식과 현대음악 등을 집중하고 분석하면서 듣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집중, 업무, 힐링을 위한 음악처럼 배경으로 활용되는 등 수용자의 경험 중심 음악감상으로의 변화를 반영한다. 


특히 현대음악 장르 중 하나인 미니멀리즘 음악이 영화, 광고 그리고 플랫폼의 플레이리스트 등으로 활용되는 방식을 추적하고 이를 영화와 공연으로 표출한다. 미니멀리즘 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Philip Glass)가 참여한 영화 3편이 6월부터 MMCA영상관에서 상영되고, 이완과 명상을 위한 미니멀리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실내악단인 TIMF앙상블이 라이브로 연주할 예정이다. 아키히코 타니구치와 후니다 킴은 최근의 음악 감상 방식과 몸의 관계를 고찰하며, 새로운 시대의 명상법, 청취법을 상상해보는 참여형 설치 작업을 제작할 예정이다.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은 소리의 간섭 효과를 이용해서 노이즈를 상쇄 간섭시키는 기술로, 최근 헤드폰과 이어폰에 적용되어 몰입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앰비언트(ambient) 음악은 음향, 소리의 질감, 분위기 등을 강조하는 실험적인 음악이었지만 최근에는 집중을 위해 배경처럼 틀어놓는 편안한 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다. 


3부 ‘노이즈 캔슬링과 앰비언트, 몸과 목소리’는 9월 20부터 11월 25일까지 진행되고 노이즈 캔슬링의 노이즈나 앰비언트 음악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황수현 안무가는 전문 무용가와 관객 사이에서 구체화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감각이 어떻게 공유되고 전달되는지를 실험한다. 노경애 안무가는 추상적 감각에 대한 표출이 익숙하지 않은 30~40대의 남성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작업을 제작할 계획이다. 차재민 작가는 퍼포먼스 신작 공연을 통해 정지, 손상, 상실의 상태를 보여주고자 한다.


4부 ‘탐닉의 시대, 웰빙을 숙고하기’는 11월 18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세부 프로그램들로 진행되고,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한 여러 노력이 과도해지는 현재를 이야기한다. 피로사회를 도파민으로 버텨내는 현대인을 탐구한 책 '도파민네이션'에서 ‘탐닉의 시대’라는 표현을 차용한 4부에서는 언제나 피곤하지만 동시에 성과를 내야 하는 성과사회의 이면을 여러 작업으로 보여준다. 극한의 어두움과 빛, 사운드와 침묵으로 작업하는 남정현 작가는 주체가 세상의 심연을 오랫동안 마주할 기회를 제공한다. 


불교, 명상과 웰빙에 관한 다각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해온 김보용 작가는 새로운 통치 도구로서의 명상과 완전한 해방으로서의 명상 사이의 문제를 언어를 통해서 다룬다. 공연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학과지성사가 협업해 고도의 경쟁을 독려하는 동시에 정신건강을 위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기묘한 현실을 소설과 시로 담아 문학 창작집을 출간한다. 동시대의 감수성을 증언해온 김연수, 이제니 등의 문학가 10여 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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