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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 MMCA 소장품전 '피카소 도예' 개최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3-10-02 06: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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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직무대리 박종달)은 소장품 기획전시 '피카소 도예'를 내년 1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전 '피카소 도예'는 2021년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가운데 피카소 도예 107점을 공개하고, 도예가로서의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를 조명하는 전시다. 특히 올해는 피카소 작고 50주년이 되는 해로 도예 작품을 통해 피카소의 창작 세계를 재조명함으로써, 20세기 현대미술사뿐만 아니라 도자 역사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그의 예술 여정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입체주의의 선구자이자 현대미술의 천재 화가로 불리는 피카소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 도예, 무대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면서 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은 열정적인 예술가였다. 특히 도예는 화가로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말년의 시기에 시도한 새로운 도전으로, 흙과 불의 특성에 매료되어 수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피카소는 1906년 스페인 출신 도예가 파코 프란시스코 두리오(Paco Francisco Durrio, 1868-1940)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도자를 접하게 됐다. 또한 그가 소개한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도예 작품을 보고 도자의 매력을 발견한다. 1929년에는 도예가 장 반 동겐(Jean Van Dongen, 1883-1970)과의 협업으로 화병을 제작하는 등 도예에 대한 호기심을 이어간다. 그리고 1946년 휴가차 머문 지중해 연안의 도시 발로리스 마두라 공방을 방문하게 되면서 도예와 본격적인 인연을 시작한다.



피카소는 마두라 공방에서 도예의 본질적인 요소들을 성실하게 배워나갔다. 화장토, 산화물, 유약 등의 도자 재료와 불과 흙의 특성 및 번조의 과정을 익혔고, 공방에서 규칙적으로 생산되는 접시, 그릇, 화병 등에 대해 연구하며 도자의 매력에 깊이 빠졌다. 초기에는 도자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접시 위에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으나 점차 도자의 모양을 변형하면서 피카소만의 조형적 특성을 형성하게 된다. 도예에서 회화와 조각, 판화의 요소를 두루 발견할 수 있는 점은 피카소 도예의 묘미이기도 하다.


피카소는 평소 즐겨 다루었던 주제를 도예에 자유롭게 응용했다. 여인과 동물, 신화와 투우, 사람들과 얼굴 등 각각의 주제를 반복적으로 표현하거나 주제의 상충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을 즐겼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큰 새와 검은 얼굴'(1951)은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올빼미로 추측되는 새의 모습과 사람의 웃는 얼굴을 결합해 혼종의 이미지를 재창조했다. 새의 날개이면서 사람의 팔과 같은 화병의 손잡이는 피카소 도예 특유의 조형적인 특징을 담고 있다. 이처럼 피카소에게 동물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주제로, 올빼미를 비롯해 비둘기와 염소, 개, 물고기 등이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또한 피카소에게 인물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주제로 가장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었다. 전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1점의 작품 역시 얼굴을 주제로 한 것이다. 얼굴의 정면과 측면을 음각과 양각 기법, 나이프 각인 등으로 장식하거나, 백토와 적토의 접시와 화병에 단순하고 재치있게 묘사하며 재료와 기법에 따라 무한하게 주제를 확장해 나갔다.



피카소는 1955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본을 제작했는데, 판화와 같이 원본을 기초로 여러점의 작품을 제작하는 에디션의 개념을 도입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07점은 모두 에디션 작품으로, 피카소가 사용한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원본을 복제한 에디션 피카소(edition picasso), 작품 원판을 석고틀로 제작하고 점토로 찍어내는 엉프렁트 오리지널(empriente originale), 리놀륨 판화에 새겨 만든 도장을 점토 위에 눌러 제작한 뿌앙송 오리지널 드 피카소(poinçon original de picasso) 등의 방식으로 에디션을 표기했다. 


에디션 제작은 도예의 대중성과 범용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랬던 피카소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작업이었다.


전시는 여인, 신화, 얼굴, 투우 등의 주제별로 구성됐고, 전시 공간은 도자 뒷면의 에디션 기록을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또한 당시 마두라 공방의 모습과 작업 환경을 담은 사진 등의 아카이브 56점과 영화 1편(루치아노 엠메르, 피카소를 만나다, 2000)이 설치돼 창작의 여정을 안내해준다. 


20세기 도자 역사에서 피카소의 작품은 유희적 도예로 분류된다. 도예 작업을 통해 해방감을 느꼈고 흙을 만지면서 느낀 창작의 자유가 유희적 도예의 근간이 되었다. 피카소는 일상의 기물을 예술로 전환하는 도예 작업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노년에도 그 어느 때 보다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는 1946년부터 프랑스 남부 도시 발로리스 등에서 꽃피운 피카소의 폭넓은 작품세계를 따라가는 여정을 담았다. 작품 곳곳에서 그의 재기발랄함과 천진함을 발견하는 유희적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공예의 도시 청주에서 개최되는 도예전인 만큼 실용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도예의 매력과 예술적 가치를 확인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한편, 청주관 2층에 위치한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올해 12월 3일까지 '보이는 수장고: MMCA 이건희컬렉션 3'를 개최한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1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2부 박생광의 '무속' 등에 이어 3부에서는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과 변관식의 '무창춘색'(1955)을 선보인다. 


서양화가 1세대인 백남순의 광복 이전 화풍을 살펴볼 수 있는 '낙원'과 산수화가 변관식의 독자적 표현기법을 확인할 수 있는 '무창춘색'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를 잇는 새로운 잇는 새로운 회화와 이상향의 모습을 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피카소 도예'는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창작 세계를 도예의 측면에서 재조명하는 전시로, 현대미술과 도자의 긴밀한 관계를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청주관의 상징적 공간인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주요 소장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임으로써 미술관의 기능과 작품 관람의 형태를 새롭게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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