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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92] J&C 뮤지컬 컴퍼니-산야로기획, 정광진 극본/연출 '이뭣꼬!'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0-16 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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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본관 중강당에서 J&C 뮤지컬 컴퍼니와 산야로기획의 정광진 극본 연출의 이뭣꼬!를 관람했다.


불교예술 분야는 타종교에 비해 지원이나 상업적인 부분이 뒤처져 먹고 살기 힘든 분야다. 하지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척박한 불교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연극과 뮤지컬을 제작해온 이가 있다. 최근 설립된 (사)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의 회장에 선출된 정광진(68·법명 法性) J&C코리아뮤지컬컴퍼니 대표다.


지난 2020년 3월 15일, 정광진 회장이 연출한 연극 ‘이뭣꼬!’의 전국 순회공연을 준비하던 소수의 불자 연극인들이 한국불교연극연합회 창립에 뜻을 모았다. 이에 정 회장을 비롯한 원로 배우들은 일 년에 걸쳐 전국 사찰을 돌며 지역 불자 연극인을 만나 연합회 창립에 관한 필요성과 취지를 설명했다. 더불어 조계종 총무원·국회 정각회 등을 방문해 협조를 구했다. 이에 조계종은 “예술계 전체로 확대해 예술문화 전 장르를 수용하자.”고 제안했고, 그 결과 전국의 불자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이하 총연합회)가 창립됐다.


정광진 회장은 1953년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독실한 불자인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절에 가곤 했다. 그 인연인지 중학교는 대구에 위치한 불교종립학교인 능인중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연극배우의 꿈을 키워 온 정 회장은 연극배우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1968년 서울로 상경, 신상옥(1926~2006) 감독이 1967년 설립한 ‘신필름영화예술학교(現 안양영화예술고등학교)’ 2기로 입학해 연기공부를 시작했다. 훗날 연극 ‘이뭣꼬!’에서 무명 스님 역을 맡은 배우 故 강태기(1950~2013) 씨와 친분을 쌓은 것도 이때부터다. 어머니는 도시에서 유학 중인 아들에게 “집 근처에 절이 있으면 자주 가서 기도드려라.”고 당부했지만 열여섯 어린 나이였던 정 회장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그렇게 배우 생활과 사업을 하던 중 그의 나이 30대 초반 무렵 바로 위 누나가 세상을 떠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와도 사별했다. 정 회장은 누나의 49재를 지내기 위해 절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절실하게 알고 싶어졌다. 또 거듭된 사업 실패로 인해 정신적으로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사업도 실패해 방황하면서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당시 대구 동화사 비로암 한주 범룡 스님과 인연을 맺게 돼 많은 질문을 했고,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았죠. 상처와 슬픔을 극복하는데 불교가 큰 힘이 됐죠. 이를 계기로 불교 공부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정광진 회장과 남원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 정 회장은 도법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처님의 일대기에 관한 공연을 기획하고자 마음먹었다


정광진 회장은 2000년대 초 남원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대구 관음사 회주 우학 스님, 부산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 창원 진불선원 주지 무아 스님 등 많은 스님과 교류를 하면서 불교에 심취하게 됐다. 특히 도법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처님의 일대기에 관한 공연을 기획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첫 작품이 창작 불교뮤지컬 ‘오 부처님!’이다.


사비를 털어 제작한 ‘오 부처님!’은 부처님의 탄생·출가·고행·오도의 과정을 담은, 부처님이 등장하는 국내 첫 창작 뮤지컬이었다. 정 회장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네 번 이상 불교계의 감수를 받아가며 대본을 완성했고, 6곡의 합창곡과 6곡의 독창곡 등 총 20곡의 불교음악을 새롭게 썼다.


야심차게 준비한 ‘오 부처님!’은 주변의 좋은 반응에도 불교 뮤지컬이란 한계로 금전적인 이익은 전혀 보지 못하고 되레 손해만 입었다. 낙심한 정 회장은 ‘그만둬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절망적일 때 불교를 만나 희망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왔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줘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다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년 부처님오신날만 되면 이상하게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회장은 ‘오 부처님!’에서 주인공인 싯다르타 역을 맡으면서 불교를 주제로 한 연극과 뮤지컬 작품을 꾸준히 구상했다. 이후 배우보다 제작의 재미에 빠진 정 회장은 배우 활동을 접고 ‘바람아! 구름아!’, ‘연극 갓바위’, ‘가야의 혼 우륵’, ‘산따라 물따라’, ‘뮤지컬 갓바위’, ‘월광태자’, ‘무애가’, ‘일연선사’, ‘천년혼’ 등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20개가 넘는 불교 관련 작품을 만들었다. 또 불교문화예술신문 사장과 불교문화예술원 이사를 역임했으며, 이 같은 활동 공로로 2003년 한중일 예술상 연출상 대상, 2005년 불교를 빛낸 인물 수상, 2017년 제39회 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 등을 수상했다.


수많은 작품 중 정 회장의 대표작이라면 당연 ‘이뭣꼬!’를 빼놓을 수 없다. ‘이뭣꼬!’는 2008년 연극 ‘한바탕 꿈인 것을’을 다시 각색해 2011년 완성한 작품이다. 당시 이 작품은 불교의 화두를 주제로 삶의 진정한 가치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은 “‘이뭣꼬!’는 불교에 대해 나름대로 깊이 알게 됐다고 생각했을 때 큰 뜻을 품고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쓰게 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물질만능주의에 편성한 경쟁과 대립, 욕망과 좌절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연극 한 편이 공연된다. 14일부터 1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무대에 오르는 창작연극‘이뭣고’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세상을 분노와 원망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가 출가를 결심하고 깨달음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인 선우는 고아원에서 성장해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다. 판사 임용을 기념하는 여행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상실의 슬픔에 좌절하면서 허망하고 불공평한 인생살이에 분노하며 자살을 시도한다. 선우는 바닷가 암자의 대오스님에게 발견되고 이후 출가를 결심한다. 수행승이 된 선우는 생사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깨달음을 향해 달려가지만 과거의 기억과 집착으로 연결된 번뇌만 깊어간다.


이 연극은 제목에서부터 궁극적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불교의 화두 ‘시심마’와 경상도 사투리를 절묘하게 엮어 연극이 말하는 근본적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을 쓴 정광진 J&C코리아뮤지컬컴퍼니 대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요즘 자살을 많이 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나 소외감으로 삶의 의지를 상실한 채 세상을 원망하고 비관하며 쉽게 삶을 포기하는 비인간적인 행위 등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삶의 진정한 가치를 고민하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3년에 대구 관객들에게 투선보인 이후 10년 만이다. 이전의 공연에서 아쉬웠던 부분들도 보완했다. 정씨는 “지난해 쉬는 기간 대본 수정 작업을 진행해 초연과는 상당 부분 달라졌다. 어려운 불교용어가 많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일반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용어 풀이도 많이 했다. 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무대세트도 새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무대는 배경에 영상을 바닷가 암벽 위에 있는 한 사찰과 부처의 상과 파도치는 광경 그리고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영상을 투사해 가며 변화시키고, 장지문과 스님방의 영상도 투사된다. 출연진의 스님 의상과 깎은 머리가


독특한 느낌을 준다.


안정훈이 무명스님, 정욱이 대오스님, 박경근이 무불스님, 김경애, 최성웅, 최서연, 최준호, 변세영이 출연해 작중인물의 성격설정에서부터 감정표현은 물론 경륜있는 호연으로 연극을 이끌어가 갈채를 받는다.


무대감독 방성창, 조명감독 김종호, 음향감독 이근호, 기획 장명순, 영상감독 김중기, 음악감독 정은혜, 제작감독 김천수, 무대미술 정지아, 무데제작 도 은, 의상 최윤정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J&C 뮤지컬 컴퍼니와 산야로기획의 정광진 극본 연출의 이뭣꼬!를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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