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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97]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애서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김수정 작/연출 '부동산 오브 슈퍼맨'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1-07 16: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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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김수정 작 연출의 <부동산 오브 슈퍼맨>을 관람했다.


김수정(1983~)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예술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전문사 출신으로 극단 신세계 대표이다. <2020 망각댄스 4 16> <공주들> <어린왕자의 지구보고서> <로미오&줄리엣> <우리동네 미스리> <귀신의 집> <망각댄스> <광인일기> <이갈리아의 딸들> <생활풍경> 등을 연출했다.


1978년 영화 ‘슈퍼맨’을 통해 처음 등장한 액션 영웅이 은퇴를 선언했다. 45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그도 나이를 먹었으니 은퇴를 할수도 있다. 하지만 슈퍼맨은 외계인이니 나이가 들었어도 은퇴를 할 리가 없지만 여하튼 슈퍼맨이 은퇴를 하고 사람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대의도 포기하고, 평범한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설정이다.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2023년 극단 신세계의 연극 <부동산 오브 슈퍼맨>의 이야기다. 이 연극은 영화에서의 영웅인 슈퍼맨이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인간극장 형식의 150분간의 다큐멘터리로 펼쳐진다.


실제 ‘전세사기’를 바탕으로 창작된 <부동산 오브 슈퍼맨>은 허구를 실제처럼 보이게 만든 연극이다.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운 세 개의 LED 스크린은 마블 영화 장면, 뉴스 등 현실을 기반으로 재구성된 영상들로 현실과 허구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스크린을 통해 연극 속 또 다른 공간을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무대 밖의 공간까지 극의 무대로 확장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 스크린이 온라인 플랫폼 공간으로 변신하면 무대는 온라인 플랫폼의 허상을 보여주는 현장이 된다.


한물 간 영웅 슈퍼맨은 한국에서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살고 있다. 월세로 나가는 돈이 집주인 배만 불려주는 것 같아 택배기사, 배달, 서빙 등을 하며 모은 돈에 대출을 받아 새 빌라에 입성했다. 슈퍼맨은 월세만 전전하는 자신의 매니저에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세를 얻으라고 조언한다.


2년의 계약 기간이 다가오는 어느 날, 슈퍼맨은 집주인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 계약을 한 부동산은 폐업한 지 오래였고, 힘겹게 알아낸 새 집 주인은 구치소에 들어가 있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슈퍼맨은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금융 공부, 즉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다. 투자로 성공한 삶을 보장한다는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 공부를 시작하는 우리의 슈퍼맨은 자신의 전세 보증금을 지키고 아파트를 통해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가 있는 나라.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무이자로 큰 돈을 빌려주고 집주인은 일정 기간 세입자에게 자신의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전세 제도. 강화도 조약 이후 등장했다는 전세 제도가 자리를 잡은 것은 1970년 박정희 정권에 와서다. 전세 제도는 집으로 갭투자를 가능하게 했고 갭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아파트보다 실거래가 조사에 취약한 신축빌라를 통해 수십, 수백 채의 집들을 소유하는 ‘빌라의 왕’, ‘빌라의 신’이 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이 위태로운 피라미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피해자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동시다발 전세사기 사태에 이르게 된다. 연극은 친절하게 이 모든 과정을 설명해 준다. 영상, 플랫폼 강의 등을 동원한 이 렉처 퍼포먼스는 극의 재미를 더한다.


슈퍼맨은 원더우먼, 배트맨, 스파이더맨, 캣우먼, 홍길동과 합세하여 ‘빌라의 신’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공격을 해도 절대 죽지 않는 빌라의 신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마블 영웅들의 대결은 끝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슈퍼맨의 전세 보증금은 안전할 수 없을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법과 제도의 그물에 여전히 우리는 걸려들 것이고 그물의 허점에 빠지는 것은 늘 우리들의 될 것이 때문이다.


스펙터클 어드벤처 ‘부동산 오브 슈퍼맨’의 관전 포인트는 변화하는 슈퍼맨의 정의에 있다. 악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정의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며 사는 정의로, 다시 극의 후반으로 달려가며 바뀌게 될 정의는 무엇이었을까? 그 정의는 슈퍼맨과 우리에게 편안하게 몸을 뉠 수 있는 집과, 안심하고 살아갈 만큼의 풍요와 부당한 일을 겪지 않을 확신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고민지, 고용선, 김보경, 이강호, 이시래, 장우영, 한지혜, 목소리출연 김옥선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율동과 열창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글쓰기 김민경 김혜린 전웅 최가경, 연출부(연출파트) 김혜린 전웅 최가경, 연출부(기획파트) 김민경 박태인, 무대감독 전웅, 무대 Shine-Od, 조명 윤해인, 의상·소품 김우유, 그래픽 김낙수장, 음향 전민배, 음악·라이브연주 김하민, 영상 박영민, 사진 IRO COMPANY/LED, 영상 뷰미디어, LED기술감독 유태선, 무대어시스턴트 유승아 이정아, 조명오퍼 송서영, 영상오퍼 신지은, 법률자문 박선영 변호사 (법무법인 해마루), 수어통역 고경희 고인경 김수년 신지선 윤영표 장진석, 접근성매니저 강보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김수정 작 연출의 <부동산 오브 슈퍼맨> 관객에게 부동산 관련 법률과 조항을 교육시키는 특수한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김수정 작 연출의 부동산 오브 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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