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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00] 지하창작소 제자백가, 김석주 연출 '칼치'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1-11 15: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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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아트홀에서 지하창작소 제자백가의 유현규 작 김석주 연출의 <칼치>를 관람했다.


유현규는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하고 2009 〈화가의 여인〉으로 제1회 목포문학상 희곡부문을, 2011 〈천상의 전사〉 제2회 전주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상, 2013 〈칼치〉 제6회 전국창작희곡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 외 작품으로는 〈레종〉, 〈모기〉 등이 있다.


김석주는 <하나님 비상이예요> <인생 활착> ,<그녀들만이 아는 공소시효> <불멸의 여자> <나는 꽃이 싫다> <오스카와 장미할머니>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12인의 성난 사람들> <블랑느와> 외 다수작을 연출했다.


갈치( Trichiurus lepturus)는 칼처럼 긴 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도어(刀魚, 都語) 또는 칼치라고도 불린다. 몸길이 1m 정도로 몸은 가늘고 길며 납작하다. 꼬리의 끝부분이 길어서 끈과 같은 모양이며, 눈 사이 간격은 평평하다. 입은 크며 아랫부분이 돌출해 있고, 양턱 앞부분의 이빨 끝은 갈고리 모양이다. 배지느러미·꼬리지느러미·허리뼈는 없으며, 등지느러미는 길어서 등표면을 모두 덮고 있다. 뒷지느러미는 작은 돌기 모양이다. 비늘이 없으며 옆선은 가슴지느러미 위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몸빛깔은 은백색이다.


대륙붕의 모래진흙 바닥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하고 산란기는 봄이다. 갈치는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머리를 세운 상태로 헤엄치며 가끔 머리를 아래위로 움직여 'W'자 모양을 그린다. 산란기는 8-9월경이며 육식성으로 플랑크톤 및 정어리 전어 오징어 등을먹는다.


칼치’는 ‘갈치’의 경상도 방언으로 생선의 모양이 칼 모양처럼 생겼다 하여 ‘칼치’로 불리고 있다. 성격이 급해서 배에 잡혀 올라오는 순간 스스로 죽어버리기도 하며, 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도 하는 등 포악스러운 성정을 보이고 있다.


작품은 ‘칼치’의 이러한 성정에 빗대어 서로 물고 뜯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을 때 인간이 보여주는 ‘악랄함,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의 ’잔혹성‘을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칼치’와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일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또한, ‘갈치잡이 배’라는 작품의 배경을 바탕으로 갈치잡이 배에 타는 선원들이 구사하는 각 지역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언어’의 재미, 침몰 사고 후 구조된 생존자 명호의 증언을 토대로 구성되는 선상 이야기의 긴장감과 몰입감, 그리고 작품 후반기 예측하지 못한 순간 찾아오는 극적인 반전이 있어 ‘연극’이라는 장르가 선보일 수 있는 재미 요소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작품 제작을 맡은 지하창작소 제자백가의 이훈경 대표는 “<칼치>는 연극 장르가 제공할 수 있는 ‘현장감’의 특성을 맛깔스럽게 살린 작품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온전히 연극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무대는 갈치잡이 어선의 상갑판이다. 운전실이 돌출해 있고 좌우 벽에 어망이 걸린 것이 보인다. 태극기가 꽂혀 있고, 입체로 된 직사각의 장치를 젖히고 다시 뒤집고 하여 배와 병실의 환자 침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젖혀진 의자로 해서 배의 이름이 삼봉호라는 것이 드러나고, 다른 배의 출현은 경적음으로 처리된다. 선장과 선원간의 갈등이 연출되고, 이를 말리는 선주 쪽의 선원의 활동과 부상이 주목을 받고, 선주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보험금을 노려 배를 침몰시킬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배가 침몰되고 구조된 선주 쪽 선원 바이 병원에서 해양경찰서 소속 조사관의 질문을 받는다. 보험금을 노린 선주와 안 팀장의 계략으로 부산항 갈치잡이 어선 삼봉호는 컨테이너선과 충돌하여 침몰하게 되고, 해류를 떠다니다 발견된 삼봉호 기관장 명호는 병실로 옮겨진 후 조사관의 심문을 받는다.


조사관은 침몰 사건에는 충돌 외에도 해수펌프의 고장이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되고 침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명호에게 진술을 요청한다. 이에 명호는 침몰 직전 일어났던 선상 난동과 선장의 악랄함에 대해 진술하게 되는데..


선봉호 기관장 권정택 배천수, 선장 윤성원, 선원 이재영 선승수 이희종, 선주 송영재, 조사관 노혜란, 안 팀장 박정림, 잠수부 하경한, 선원의 여동생 이유진, 간호사 신성미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설정과 감성표현은 관객을 몰입시킨다.


조연출 장현호 김정식, 무대감독 임한창, 무대 이종승, 조명 신희존, 음악 타린, 사진 영상 양준서 전소유, 제작PD 이훈경, 진행 김진규 문현영 김태성, 오퍼 조하영 홍현지, 포스터 디자인 이혜원, 그래픽디자인 SNR, 기획 컬쳐루트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지하창작소 제자백가의 유현규 작 김석주 연출의 <칼치>를 유진 오니일의 해양극을 능가하는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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