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박정기의 공연산책 301] 공연산책 연극실험실늘, 함유훈 연출 '무평상가잡화짐'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1-11 15:18:26

기사수정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연극실험실늘의 이준영 각색 함유훈 연출의 <무평상가잡화짐>을 관람했다.


<무평상가잡화짐>은 뒤렘 마트의 <노부인의 방문>을 각색한 연극이다.


<노부인의 방문(Der Besuch der alten Dame)>은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Friedrich Dürenmatt, 1921~1990)의 희곡이다. 베른 근교 코놀핑겐 출생. 베른과 취리히대학에서 신학과 독문학을 전공한 뒤, 스케치화가, 동판조각가, 연극비평가 등으로 활동하였다. 대표적 희곡으로는 <로물루스 대제(Romulus der Grosse)>(1948), <미시시피씨의 결혼(Die Ehe des Herrn Mississippi)>(1952), <천사 바빌론에 오다>(1952), <노부인의 방문(Der Besuch der alten Dame)>(1956), <물리학자들(Die Physiker)>(1962), 라디오드라마집 <고장> 등이 있다. 평론집 <연극의 제m 문제(Theater probleme)>(1955)는 독일 현대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저서이다.


뒤렌마트는 죽음과 부패한 권력에 관한 일련의 글들을 썼는데 <노부인의 방문>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모순덩어리인 인간은 의미 없는 죽음에 도달해야 하는 불쌍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 극은 린 폴테인과 알프레드 준트와 같은 미국인들에 의해 공연되었다. 뒤렌마트는 이 극의 성공으로 국제적 명성을 획득하였다.


<노부인의 방문>은 여러 가지 제목으로 1968년 12월 극단 가교 이재진 역 이승규 연출, 1977년 4월 극단 민중 정진수 연출, 1990년 서강대극회동문회 최종수 연출, 1992년 극단 수업 이정래 연출, 1994년 5월 인천시립극단 이승규 연출, 1994년 11월 국립극단 K. 메츠거 연출, 2005년 1월 극단 김금지 원영오 연출, 2019년 늘푸른연극제 손정우 연출로 공연되었다.


함유운(1973~)은 연극실험실 늘의 대표이자 배우 겸 연출가다. <우주인 지구 생존기> <동행> <안녕 골목길! 하얀 그림자 여행> <계란을 드립니다> <꽃이 피질 않아요>를 연출하거나 협력연출하고 출연도 한 발군의 기량을 갖춘 미모의 여배우다.


<무평상가잡화짐>은 연극의 배경을 한국의 무평읍으로 변형시킨 작품이다. 한때는 번창한 마을이었으나, 마을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대도시로 떠나버렸기에 현재는 무척 어려운 재정난에 직면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때 무평읍 출신의 한 여인이 급행열차가 정차도 하지 않는 역에 급행열차를 세우며 등장한다. 지팡이를 짚고 절룩이며... 여인은 대부호라는 설정이고, 이 무평읍에 200억을 투자해 100억 원으로 마을을 재도약시키고 100억 원을 마을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로 약속하면서 그 대가로 정의(正義) 실현을 요구한다. 그런데 그 정의가 젊은 시절 사랑을 했던 남성에게 배신을 당해 버림을 받은 데다 비행기 사고로 신체불구가 되었기에 그 남성을 죽여준다면 대가로 거액을 지불하겠다는 조건이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은 거부의사를 밝히지만 차츰 여인의 의견에 동조를 하기 시작한다. 여인의 첫사랑인 남성은 30년 전의 일인데다가 자식과 부인이 있고 식료품을 판매하는 상인이기에 스스로 마을을 떠나버리려 하지만, 마을사람들에 의해 제지를 당한다. 100억 원이 마을사람들 수중에 들어온다는 생각에 사람들의 생활양상이 바뀌기 시작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드디어 마을회의가 열리고 마을사람들은 만장일치로 남성의 죽음을 찬성하고 그를 자살하도록 만든다. 대단원은 여인의 남성의 죽음을 확인하고 마을을 떠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 수많은 창문이 달린 벽면으로 채우고, 무평읍의 역사로도 사용되고, 역 옆의 상점과 읍장 실, 회의장, 호텔 로비로도 사용된다. 출연진에 맞는 의상 착용을 하고, 옥희의 의상에 공을 들인 게 눈에 띈다.


이준영, 양권석, 오동욱, 박미정, 이미경, 허부영, 김소라, 전소현, 박병일, 임예린 등 출연진의 성격창출과 감성표현은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1시간 30분간 관객의 시선을 극에 고정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협력 공연집단 떼, 영상 이 완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연극실험실늘의 뒤렌 마트 원작, 이준영 각색, 함유훈 연출의 <무평상가잡화짐>을 친대중적 걸작 각색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한국의 전통사찰더보기
 박정기의 공연산책더보기
 조선왕릉 이어보기더보기
 한국의 서원더보기
 전시더보기
 한국의 향교더보기
 궁궐이야기더보기
 문화재단소식더보기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