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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09] 쏭기획, 류 성 연출 '낙원喪가 종묘 랩소디'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1-27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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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그린씨어터에서 쏭기획 장싱미 작 류 성 연출의 낙원喪가 종묘랩소디를 관람했다.


정상미(1975~) 작가는 서울 강남출생이다.논술강사, 기자, 구성작가 등으로 밥벌이를 전전하며 아마추어연극을 해오다가 2008년 일본극단 문학좌(文學座)에 입단하며 비로소 연극 현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2012년 처음 쓴 희곡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극작가로서의 길을 걸으며 뭣 모르고 시작한 일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그럼에도 극장을 찾는 이들이 잠시라도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만은 포기할 수 없기에 오늘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우리네 일상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담아내려 머리를 쥐어뜯는다. 나는야 이 동네 웃음사냥꾼! 대표작으로는 『그들의 약속』, 『내 마음의 슈퍼맨』, 『별빛 같은 사랑』 등이 있다.


류 성(1975~)은 부산대 법대 출신으로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극단 경험과상상의 대표인 작가 겸 배우 겸 연출가다. <화순1946>, <리어 누아르>, <어떤 사랑> <투명인간> 뮤지컬 <화순>,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 <체홉의 단편선> <깊게 자자, 죽음의 문턱까지> 그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생활연극협회 충북 영동 심천공연에도 참가했다.


무대는 배경 앞에 탑골공원의 담장이 좌우로 연결되고, 그 앞에 담장 모서리가 양쪽 끝에 있어 공원으로 들어오는 출연자들의 등퇴장로가 된다. 상수 쪽에는 벤치, 가로등, 은행나무가 있고 은행잎을 바닥에 잔뜩 깔아놓았다. 하수 쪽에는 식당 입구와 입춘대길을 써놓은 한지를 문 앞에 붙여놓았고, 그 옆에 장기를 둘 수 있는 판과 앉을 수 있는 목제 조형물을 배치했다. 상수 담장 앞에 신디사이저 연주석을 마련해, 연주자가 하모니카와 신디사이저를 극 전개에 따라 연주로 분위기 창출을 한다.


현재는 탑골공원에 인적이 드물지만 5, 6년 전만해도 노인들의 휴식공간이 되었고, 장기나 바둑은 물론 화투까지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종로 3가 주변 음식점은 시중음식가격의 5분의 1밖에 안 되었고, 이발값도 10분의 1가격인 2, 3천원이었기에 노인들이 많이 이용했다. 그리고 과거 적선지역이었기에 최근에도 노인남성을 유혹하는 나이든 여성을 골목에서 볼 수 있었다.


극의 배경이 5, 6년 전이나 그 이전이기에 연극에서는 변함없이 탑골공원에서 장기를 두는 노년의 주식과 기풍, 그리고 둘 사이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밥이나 커피를 얻어먹는 만동이 함께 한다. 늘 나오던 박 씨가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자 궁금해하지만 그새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바꾼다.


현재 노년의 기풍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것. 부러워하는 만동과 주책이라는 주식을 뒤로 하고 기풍은 복지관 왈츠수업에서 만난 말자와 커플데이트를 즐기지만 사실 둘은 서로 사정을 모르는 채 만나고 있다.


독거노인 기풍은 가족들과 함께 강남에서 풍요롭게 사는 척을 하지만 실은 가족이 없고 평생을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살아왔고, 고상한 말자는 사실 종묘공원을 돌며 몸을 파는 ‘박카스 아줌마’였던 것.


어느 날, 20년은 젊게 해준다는 ‘신 묘약’이 종로 일대에 뜨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한다. 판매상의 눈에 들어야만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에 다들 한껏 꾸미고 아닌 척하면서 서로를 의식하기 바쁘다.


한편 종묘공원에 모인 노인들에게 음료나 술을 팔며 가게에서 수수료를 받는 ‘참새’ 남순은 장사가 되지 않자 탑골공원 장기판 일대로 향하고, 만동은 남순에게 첫눈에 반한다. 둘은 여관 대실비로 티격태격 싸우면서 미운 정이 들고, 월남 참전용사 주식은 우연히 박카스를 파는 말자를 만나 잠자리를 갖는다. 한편 말자는 기풍이 마지막으로 남은 색소폰을 처분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자리를 피한다.


시간이 흐르고 한동안 안 보였던 박 씨가 방에서 고독사하게 된 것을 뉴스로 접한 주식, 기풍, 만동. 충격을 속으로 삼킨다. 그런 상황에서 남순과 만등은 서로 가까워 진다. 한편 남순의 조언을 따라 종묘공원에서 탑골공원으로 장사무대를 옮긴 말자는 그곳에서 주식과 기풍이 같이 장기를 두는 모습을 직면하면서 무척 놀라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난다.


이현순, 고인배, 이태훈, 권범택, 차유경이 출연해 다른 작품에서 보이지 않던 괄목할만한 연기력을 발휘해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특히 차유경의 놀라운 변신과 과감한 표현은 관객의 환호와 갈채를 받는다.


이현순은 젊은 시절, 현모양처를 꿈꾸었던 우아한 여인 남순 역으로 출연한다. 슈퍼히어로의 탄생,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당신 안녕, 시련, 동행 외 다수 작품에 출연해 기량을 발휘했다.


고인배는 젊은 시절 미군부대 색소폰 연주자로 이름을 날린 기풍 역이다. 레미제라블, 바보리어, 사랑별곡 외 다수 출연.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선정 2006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연극)", 2015년 제14회 오프대학로 페스티벌 최우수연기상 등 수상했다.


이태훈은 젊은 시절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큰 공을 세운 주식 역이다. 언덕을 넘어서 가자 / 전시조종사 / 성호가든 외 다수 출연. 2017 거창(韓)여름연극제“성호가든” 남자연기대상, 2018 제18회포항국제연극제 “냄새가 나” 남자연기대상 등을 수상했다.


권범택은 젊은 시절 처자식만을 위해 살았던 성실한 가장 만동 역이다. 애니깽, 바라나시, 의형제, 공작, 강철비, 게임의 법칙 외 다수 출연했다.


차유경은 성매매 여인 말자 역이다. 한 명, 에쿠우스, 늙은 부부이야기 외 다수 출연. 2018 서울연극인대상 연기상, 2021 제1회 대학로 연극인 광장 올해의 연극인상 등을 수상했다.


연주자 김승진은 제42회 서울연극제에서 <허길동전>으로 음악상을 수상했다.


음악 김승진 / 안무 박무영 / 무대 김민중 / 분장 김미숙 / 음향 박성석, 한철 / 조명 이다겸 / 사진 권애진 / 조연출 김금인 / 기획/홍보 정가영 이다겸 / 포스터 정윤희 / 홍보물디자인 김금인, 권희주 / 제작PD 림지언 등 스텝진의 기량이 연출가의 기량과 조화를 이루어, 쏭기획의 정상미 작, 류성 연출의 낙원喪가 종묘 랩소디를 우수 걸작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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