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 경국사 지장시왕도
경국사 지장시왕도는 1870년에 경선 응석(慶船 應釋)과 봉감(奉鑑),자한(自閒), 체훈(軆訓)이 그린 개운사 지장시왕도를 초본으로 해 혜산축연에 의해 제작된 것이다. 혜산축연(惠山 竺演)은 19세기 후반 ~ 20세기 전반 강원도와 경기도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화승으로 금강산의 신계사, 유점사를 비롯한 강원도 일대의 사찰들과 흥천사, 봉림사 등 경기지역 사찰의 불화를 많이 조성한 화승이다. 그는 서울지역에서도 활발하게 불화를 제작해 현재 서울에서 조성한 작품은 20여 점이 남아있는데, 그중 1887년 경국사 불화 제작시에는 수화사(首畵師)로 활동하면서 불사를 주도했다.
이 시기에는 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파격적인 음영법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듯 전통적인 수법의 양식이 보여진다. 특히 이 불화는 선악동자를 함께 그린 지장시왕도 형식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유난히 가늘고 긴 눈과 아주 작은 입 등 얼굴 한 가운데로 몰려있는 이목구비라든가 놀란 듯한 동그란 눈동자와 좁은 미간, 눈 주위와 코, 뺨 부분에 음영을 표현해 얼굴의 골격을 강조한 점은 다른 지역의 불화와 구별되는 서울경기지역 불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 경국사 감로도(慶國寺 甘露圖)
경국사 감로도는 수락산 감로도(1868년), 불암사 감로도(1890년), 봉은사 감로도(1892), 청룡사 감로도(1898년), 보광사 감로도(1898년) 등 19세기 중엽 이후 서울, 경기지역에서 유행한 감로왕도의 전형적인 도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조성 당시 불교의 제의식(齋儀式) 장면을 비롯해 서민들의 생활상 등 수륙재 의식과 생활상을 충실히 묘사했다. 특히 다양한 인물들의 표현과 생동감있는 자세 등의 연출로 인해 화면 전체가 생기있는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또한 당시 강원도와 서울, 경기지역에서 활동하던 대표적인 화승인 축연과 철유가 제작한 작품이자 상궁들의 시주로 제작된 불화로서 당시 왕실에서의 불화발원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 경국사 팔상도(慶國寺 八相圖)
경국사 팔상도는 1887년 상궁들의 시주로 19세기말 서울, 경기지역의 대표적 화승인 보암 긍법(普庵 亘法)을 비롯하여 금운 순민(錦雲 洵玟), 봉규(奉奎), 종현(宗現) 등이 그린 팔상도로 팔상의 각 장면 중에서 주요한 장면만을 부각시켜 그린 그림이다. 각 相의 내용은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구성이 안정되어 있고 청색의 사용을 자제함으로서 격조를 느끼게 한다. 따라서 19세기 후반 서울·경기지역 화승의 새로운 도상과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 경국사 신중도(慶國寺 神衆圖)
경국사 신중도는 1887년에 혜산 축연과 허곡 긍순이 함께 조성한 신중도로서 상궁들의 시주로 조성되었다. 천부중과 천룡팔부를 한 폭에 묘사한 형식이라든가 산신과 조왕신이 위태천의 협시로 등장하는 점, 주악천녀의 등장 등은 전형적인 19세기 신중탱화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존상의 세밀한 표현과 균형을 이루는 구성과 더불어 화사(畵師)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경국사 괘불도(慶國寺 掛佛圖)
경국사 괘불도는 1878년 5월, 고종과 명성황후 민씨, 익종비 신정왕후 조씨, 헌종계비 명헌왕후 홍씨, 왕세자(후의 순종)의 성수만세를 기원하며 제작, 봉안된 작품으로 병조 판서 민겸호와 대호군 서당보를 비롯하여 20여명의 상궁 등 100여명의 시주로 조성되었다. 또한 1858년에 흥국사 괘불을 조성한 금곡 영환과 한봉 창엽의 주도로 제작하여 흥국사 괘불과 유사한 도상을 보여주는데, 화면을 꽉 채운 불보살의 당당하면서도 화려한 모습이 보는 이를 압도하게 하며 조선말기 서울지역 불화의 주요한 시주자였던 상궁과 고관이 공동으로 시주해 조성한 괘불로 주목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