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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석 구석 277] 80년대 6월항쟁의 시발점, 성공회 성당
  • 우성훈 기자
  • 등록 2024-02-21 22:21:49
  • 수정 2024-04-10 23: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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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훈 기자] 1987년 6월 10일, 종이 마흔 두 번 울렸다. 서울시 중구 정동 서울주교좌성당에서. 6월 항쟁은 성당 종루의 종소리와 함께 1987년 6월 10일 시작됐다.


쥐도 새도 모르게 정권에 끌려가던 때로, 하루 전 9일엔 이한열 연세대 학생이 최루탄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박종기 당시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사제는 국민운동본부의 발대식을 위한 자리를 제공했다. 임원진들은 2박 3일 성당에서 먹고 자면서 국민대회를 준비했다. 결국 종을 울리고야 말았다. 1987년 6월29일 국민들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덕수궁 함녕전에서 북쪽으로 100m 가량 뒤에 있는 주황 지붕의 이국적인 건물이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다. 10세기 후반부터 유럽에서 성행했던 건축 양식인 로마네스크로, 유럽에서 석재와 둥근 아치 구조를 가진 건축물이 이곳 정동에 서게 됐다. 1911년 서울주교좌성당의 3대 주교가 된 마크 트롤로프는 한옥의 모습이었던 장림성당의 자리에 영국 성공회의 건축양식으로 건물을 짓게 된다.



영국 왕립 건축학회 회원 아더 딕슨 건축가가 설계한 성당은 기하학적으로 대칭적인 석조가 특징인 로마네스크 양식도 들어있지만 한국의 단아한 나무 창틀, 그리고 단아한 기와들이 섞여 있다. 성당 본당 안으로 들어가보면 둥근 아치 형의 구조물과 한옥 같이 단아한 목재와 착해보이는 장식들이 안정감을 준다. 명동성당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소박함이다.


이 성당의 완공을 간절히 원했던 마크 트롤로프는 완공을 지켜보지 못하고 사고로 사망했다. 그는 한 손에 성당을 든 모습의 동판을 몸 위에 두고 성당 지하에 묻혀있다. 성당 완공(1996) 이후에도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될 때도 지하에서 성당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시청역과 광화문역 사이 덕수궁 돌담길의 꺾어진 모서리 부분을 지나면 다홍빛 지붕의 주교좌 성당을 만날 수 있다./사진-박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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