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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석 구석 282] 삼성그룹 창립자 이병철의 수집품에서 출발한 미술관 '리움미술관'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4-02-28 09:44:02
  • 수정 2024-04-10 23: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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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리움미술관은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사립미술관으로 2004년 10월 19일 개관했다. 삼성그룹의 창립자 이병철의 수집품에서 출발한 미술관이다. 리움이라는 미술관 이름은 설립자의 성인 Lee와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 Museum의 어미 -um을 합성한 것이다. 리움미술관은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설계했다.


원래 이병철의 아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리움의 관장이었으나, 2017년 3월을 끝으로 홍라희가 관장직을 사퇴했다. 다만 여전히 리움의 운영권은 삼성 오너 일가에 있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여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사실상의 미술관장 격인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 고미술에 대단히 심취했던 이병철과 이병철 사후 이건희, 홍라희 등 범삼성가 가족들의 취향이 혼합돼서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지을 때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지으면서 사건 사고가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이런저런 안 좋은 소리도 많지만, 컬렉션 만큼은 한국 전통 미술과 현대 미술 양 쪽 모두에서 한국 정상급인 미술관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한국 전통 미술에 관해서 리움과 비교될 만한 사립 미술관은 간송미술관이나 호림박물관 정도 밖에 없다.



운영은 상설 전시관과 특별 전시관으로 이뤄진다. 상설 전시관은 고미술품, 현대미술품을 전시하면서 무료개방한다. 특별전시관은 성인기준 12,000원의 입장료가 발생한다. 둘 다 사전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건축물은 크게 3동으로, 각각 세계적인 특급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의 작품이다. 그러나 직접 건물을 짓는 시공단계까지 관여했던 인물은 마리오 보타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건물의 설계만 했다. 유별난 개성이 제각각인 특급 건축가 3인이 드림팀을 이룬 듯한 대한민국의 삼성이 아니고선 그 누구도 감히 꿈조차 꾸지 못할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건축가들의 명성이 너무 지나쳤는지 각 건물 간의 조화가 부족하다는 평이 좀 있다. 그래도 2013년에 월간 SPACE 선정 한국 현대건축 명작 11위로 선정됐다.


한국 사립 미술관으로서는 최고 컬렉션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 미술관에 국보만 36개, 보물이 96개. 한국의 어느 미술관에도 이 정도 숫자를 자랑하는 곳은 없다. 전국의 국립박물관 중에서 신라 시대의 문화재들을 대량 소장한 국립경주박물관이 국보 13점, 보물 30점을 소장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이게 얼마나 엄청난 건지 짐작이 가능하다. 물론 신라시대의 문화재라고 해서 모두 경주박물관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은 감안하더라도 그래도 국립경주박물관의 소장 비율이 높은 편인 건 사실이지만, 일개 사립 미술관이 그보다 국보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참고로, 이병철 회장 생전에는 며느리였던 홍라희에게 인사동에 나가서 당시 돈 10만원 안으로 맘에 드는 골동품들을 사오라고 했는데, 이걸 무려 석 달이나 시켰다. 1974년 서울지하철 기본 운임이 30원, 1970년 대학교 등록금이 인문계 33,000원, 자연계 45,400원이었다. 이렇게 시킨 이유가 미술품 거래의 요령이나 안목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었고 그로 인해 집안이 골동품 천지로 변해버렸다.


개수만 많은 게 아니라 퀄리티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고미술만 해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유물이 수두룩하다. 한국에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유물들이 줄줄히 대기하고 있으며 그 하나하나의 예술적 가치 역시 무지막지한 수준이다. 간송미술관이 조선 시대 분야에 강하다면 리움은 한국사 전체적으로 다 막강하다. 그나마 간송미술관의 경우 유물의 개별 퀄리티는 리움에 버금가는 수준이지만, 양적 규모면에선 상대가 안된다. 호암미술관과 함께 이병철의 고미술 애정도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알 수 있는 곳.


museum I에서 보여지는 한국 고미술품만 해도 4층 고려청자 초입부터 국보들이 대기하고 있으며 3층 조선백자, 분청사기로 내려가면 하나 건너 하나가 국보 or 보물 딱지를 붙이고 있고 2층 회화 분야에서는 우리가 배워왔던 정선, 최북, 강세황, 김홍도, 김정희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1층의 금속공예, 불교 미술 전시관으로 가면 국보가 흔해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고미술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에 가서는 현재 관장 홍라희의 모에도 역시 시아버지 못지 않다. 쟈코메티, 박수근, 이중섭부터 데미안 허스트까지 현대 미술에 내로라하는 작가들 작품이 다수 소장돼 있다.



하지만 현재 이건희 컬렉션을 대규모로 기증한 후에 도자실의 전시품들이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 이건 이서현의 인터뷰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재개관을 준비하려 수장고를 확인했더니 기증을 한 후 명품이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 그러나 1층의 불교미술품과 금속공예품을 보면 국립중앙박물관도 가지지 못한 통일신라시대의 그림, 고려시대 불화, 금동대탑등이 있어 리움의 여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더 무서운 점은 이게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리움을 비롯한 삼성문화재단 산하 미술관에 있는 작품은 실제 삼성가의 컬렉션에 비교하면 극히 일부라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가 전체 컬렉션의 양과 질은 가히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말이다. 그래도 다들 제일 좋은 작품만 전시품으로 내놓았을 수도 있겠다고 했지만.


야외에도 미술품이 다수 있는데 특히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은 관람객들이 성지 순례하는 작품으로 유명했다. 거미 아래서는 꼭 사진 한 번씩 찍고 갔다. 현재는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으로 대체 되었지만 이것 또한 나름 볼거리다. 특별전 성격에 따라 외부 전시품이 늘어나기도 한다. 실내에 전시하기엔 너무 큰 작품들이 야외 전시로 나오는 편이다. 



한편, 2021년 4월 28일에 발표된 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발표에서 23,000점에 달하는 '이건희 컬렉션'을 사회에 환원해 국공립 미술관에 기증했다. 구체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보 14건, 보물 46건을 포함한 2만 1693점, 국립현대미술관에 1488점,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미술관, 제주도의 이중섭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의 5개 지역미술관에 102점으로 총 23283건이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고미술품은 절반 이상이 서적으로 초조대장경이나 석보상절 등 귀중본도 있지만 퇴계선생문집, 주역 등 비교적 흔한 서적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립이건희미술관을 한진이 규제 때문에 건설활용이 어려워진 경복궁 옆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서울의료원 부지와 맞바꿔 준 뒤, 송현동에 미술관을 짓기로 확정했다.


대표적으로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의 국보, 보물들과 이중섭의 황소를 포함한 김환기, 박수근 등 근현대미술까지 리움의 대표적인 소장품들이 리움을 떠나게 되었다.



이전까지 추측해왔던, 리움 미술관의 전시품보다 더욱 좋은 작품이 컬렉션에 많다는 이야기도 사실로 밝혀졌다. 특히 서양회화 중에서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를 포함한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카미유 피사로, 폴 고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이름만 대면 아는 엄청난 작가들의 예술품을 기증하기로 했는데, 이 작품들은 한번도 리움에 전시된 적이 없었다. 물론 현재 리움의 서양미술 셀렉션이 지극히 현대 미술 위주라, 저런 근대 미술품은 거의 전시 안 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저런 걸 전시 안 하고 있던 거는 더 좋은 걸 숨겨두고 있다는 추측이 맞다는 이야기이다.


참고로 이번 상속세 때문에 실시한 소장품 가격 평가에 대한 기사에 의하면 리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품 일부(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 마크 로스코 '무제' 등)는 리움 미술관과 같은 삼성문화재단의 소장품이 아니라 이건희의 개인 소장품이였다고 한다. 실제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방 안에 있는 인물'은 소장품 목록에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사진-박광준 기자,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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