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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식 작가의 개인전 'Meditation Ⅱ'
  • 이승준
  • 등록 2024-03-05 14: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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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11일까지...유나이티드 갤러리


[이승준 기자] 예술과 사진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둘러싼 끝없는 담론은 한 세기가 넘도록 열띤 논쟁의 장이 되어왔다. 평론가들은 예술과 사진의 섬세한 차이점에 대해 특히 유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시가 열릴 때마다 끊임없이 관심을 멈추지 않는다. 민연식의 작품 세계에서 현대 사진은 기존의 전통적인 경계를 뛰어넘는 매력적인 탐험이 된다. 그의 잘 알려진 연작 'Waterfall of My Dreams'에서 민연식은 카메라를 도구 삼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사진 개념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폭포수의 본질을 포착함으로써 어둠의 심연으로 과감히 파고든다.  

     

사진은 사실을 표현하고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체라는 널리 알려진 통념은 민연식의 작업에서 새로운 차원을 얻게 한다. 작가는 주관적인 관찰에서 숨겨진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풍부한 자연광에 의존하는 대신, 그는 의도적으로 빛의 부재와 직면하며. 통상적인 관찰을 벗어나 숨겨진 채 남아있는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어둠과의 의도적인 관련성은 빛의 밝음이 사라진 순간에 피사체가 지닌 내재적인 본질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사진의 역할을 변모시킴으로써 사진의 전통적인 역할을 재정의한다. 



어둠 속의 길을 찾아가는 작가의 노련한 행보는 렌즈를 통해 본질적인 순수함을 드러내게 한다. 의도적인 어둠과의 대립은 순간의 시간적 제약을 초월하는 진리를 드러내는 행위로, 민연식의 최근 사진을 보면 그의 작품은 현대 사진의 본질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순간들 속에서 그는 자신의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깊고 더 어두운, 심오한 현실의 층위까지 드러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사진들이 지닌 순전한 아름다움이 기적과 같이 표면에 표현된다. 

 

최근 연작 'Waterfall of My Dreams'에서 그는 어두운 공간에서 밀도 높은 빛에 노출된 폭포에 카메라 초점을 맞춘다. 떨어지는 물줄기의 부분을 포착한 이 흑백 사진들은 서로 다른  불규칙적인 모양들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빛들의 형태로 표현된다. 어둠과 마주하는 선택은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예술적, 실존적 비유이다. 이러한 의도적인 어둠과의 관련성은 매체의 한계를 초월하고 표현의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반영한다.  



이어 작가가 폭포수에서 포착한 비정형적인 형태들을 빛을 활용한 사실은 전통적인 붓질 회화에서 발견되는 자발성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의 사진적 형태는 동양 서예의 활력 넘치는 붓질이 그러하듯,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화면에 운동성과 유동성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다양한 폭포수의 움직임을 포착한 그의 작품 속에서 관객은 동양의 전통 붓질 회화에 대한 그의 이해가 얼마나 깊은가를 실감한다. 거칠고 역동적인 물의 흐름을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연출 한 것은 그의 예술적 비전이 어떤 통찰력을 지녔는가를 엿볼 수 있다. 찰라적이고 혼돈 가득한 한 순간을 포착시킨 이 프레임들은 실존의 형이상학적 의미를 시사한다. 

 

이 작업과 관련된 주요 쟁점들은 여전히 직접적으로 사진과 관련된 것으로 남는다. 여기서 카메라를 통해 어둠 속에서 우리가 폭포수의 정적인 시각성을 포착할 수 있고, 비로소 작가의 작업은 피그먼트 프린트로든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든 자신을 규정한다. 이 작품들을 벽에 걸고 다원적인 맥락으로만 보는 대신, 제 각각을 고유한 특징을 가진 것으로 단일한 관점에 따라 연구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민연식의 사진은 우리를 어둠 속으로 끌어들인다. 바로 그것이 그가 원하는 방식이다.  'Waterfall of My Dreams'이 보여주듯 그의 작업에는 주제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회화, 퍼포먼스, 사진”이다. 관객들은 밤의 폭포가 금방이라도 실제 떨어지는 느낌처럼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마침내 떨어지는 순간, 폭포는 깊이와 어둠을 둘러싸는 빛의 다양한 한계들 사이에서 추상적인 형태로 포착된다. 


사진과 예술 사이의 탐구는 결코 정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사진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또는 “어느 시점에 사진 속에서 예술성이 최고조로 피어나게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작가 민연식도 틀림없이 동일한 질문들에 한두 번쯤은 직면했을 것이다. 합리적인 답변이라는 것은 객관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과 예술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감정의 잔재들은 우리의 느낌이 만들어낸 형태로 존재한다. 사진이 기억 속에 각인되고 의심할 여지 없는 무엇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여기이다.  


전시는 유나이티드 갤러리(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 102길 41 유나이티드 문화재단 1층 갤러리에서 오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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