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가 과로와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가 청소노동자 유족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0단독 박종택 부장판사가 지난달 14일 선고한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이 모 씨 유족의 일부 승소 판결이 지난 9일 확정됐다.
서울대가 이 씨 유족에게 총 8,600여만 원을 선고하라고 한 판결에 항소하지 않으면서 유족이 학교 측으로부터 배상금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씨는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6월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졌다.
이 씨가 숨진 뒤 과로와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속속 드러났고,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이 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기숙사 건물의 쓰레기를 혼자 수거하고 청소했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쓰레기 등이 늘어 업무가 과중하다고 관리자에 호소했지만 업무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관리팀장이 이 씨 등 노동자들에게 업무와 관계없는 쪽지 시험을 보게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산업재해가 인정된 뒤 유족은 서울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서울대는 망인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고 망인을 방치했다”면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또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이 망인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고, 이로 인해 기존 질병을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