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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조의 엔터라이드1] 유튜브 스타로 뜬 씨름·컬링, 코로나19 넘으려면
  • 박성조 기자
  • 등록 2020-03-16 19:38:31
  • 수정 2020-03-16 19: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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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조 기자] 황찬섭, 임태혁, 송유진, 설예은. 2020년 연초에 큰 인기를 끈 스포츠 스타들이다. 대중적인 관심의 상징과도 같은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도 수차례 올랐고, 유튜브에서는 관련 동영상마다 적지 않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종목. 바로 씨름(황찬섭, 임태혁)과 컬링(송유진, 설예은)이다. 전통 스포츠로 명맥은 이어왔지만 장사대회 초창기 인기는 이미 추억으로만 남은 씨름과 동계 올림픽에서나 볼 수 있었던 컬링은 소위 ‘비인기 종목’이었으나 2020년 상반기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 달라진 미디어 환경, 모든 것이 가능했다


스포츠 종목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TV 중계방송이다. 방송으로 편하게 볼 수 있어야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송사가 편성할 수 있을 만한 수익 계산이다. 스포츠 채널이라고 해도 흥행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종목에 방송시간이라는 귀한 자원을 낭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다. 씨름의 인기가 그 변화를 잘 보여주는 예다. 2018년 8월 KBSN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된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단체전 결승-김원진vs황찬섭’이라는 영상이 불씨가 됐다. 영상은 한 해 지난해 하반기에 SNS를 타고 퍼지면서 조회 수가 올라(2020년 3월 현재 275만) ‘역주행’을 내달렸다. 탄탄한 근육을 움직이면서 빠르게 승부를 내는 경량급 씨름의 매력에 젊은 여성 팬들이 호응했고, 이는 KBS ‘씨름의 희열’ 편성으로 이어졌다.



KBS의 오랜 씨름 중계 노하우에 젊은 트렌드, 그리고 예능의 포맷이 더해진 ‘씨름의 희열’은 자기복제를 반복하던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훨씬 짜릿한 재미를 선사했다. 몸과 몸, 기술과 기술이 맞부딪히는 씨름을 KBS는 드라마틱한 슬로모션으로 담아냈다. 선수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예능 연출도 좋은 양념이 되어 선수들의 개인 팬들을 만들었다.


컬링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부 2위에 오른 ‘팀 킴’이 화제를 모으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 인기 종목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이를 바꾼 건 MBC SPORTS+ 채널의 대한컬링연맹 코리아컬링리그 정규 중계방송이었다. 제작진은 전략을 실시간 대화로 들을 수 있는 컬링 중계방송의 특징을 살려 선수들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적극적인 클로즈업 화면과 색다른 방향에서 찍은 선수들의 숨겨진 모습 등은 재가공 되어 온라인에서 새로운 콘텐츠로 확산됐다.


중계방송 화면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올림픽 스타인 ‘팀 킴’ 선수들 외에도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했다. 대한체육회B팀 송유진은 처음엔 눈에 띄는 미모로 주목받았지만 실력으로도 자신을 증명하면서 새로운 컬링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믹스더블 파트너 전재익과의 대화도 리그 기간 내내 화제였다. 경기도청 소속의 쌍둥이 선수 설예은.설예지도 미모와 실력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씨름과 컬링 모두 중계방송이라는 계기가 있긴 했지만 유튜브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다양한 2차 콘텐츠 확산이 일어났던 것이 인기의 배경이 됐다. 스포츠를 중계방송과 뉴스로만 소비하기보다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즐기는 세대, 그리고 그에 맞춰 달라진 미디어 환경이 ‘인기 종목’의 틀까지도 바꾸고 있다.



# 아쉬운 암초...인기 이어갈 수 있을까


씨름이나 컬링뿐 아니다. 야구나 축구에 비해 비주류 리그로 여겨지던 배구도 유튜브에서 여자 선수들이 스타로 거듭나면서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다. 이쯤 되니 비인기 스포츠 부흥이 유튜브에 달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를 넘어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 종목들에겐 너무나 안타까운 암초다. ‘씨름의 희열’은 생중계로 열기의 정점을 찍으려 했던 최종회 방송(2월22일)을 무관중으로 치러야 했다. 새로운 인기 리그로 등극한 코리아컬링리그는 화려한 피날레가 됐어야 할 ‘봄 컬링’(플레이오프)을 연기하면서 다소 흥이 깨진 모양새다. 경기가 멈추면서 비인기 종목을 향했던 관심이 식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러나 씨름과 컬링의 인기가 경기력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은 중요하다. 여전히 유튜브는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은 SNS에서 더욱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인기의 토양은 살아있다는 의미다.


선수 개개인의 소통 노력도 중요하지만, 각 종목 협회의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지난 경기들과 선수들의 현재 모습, 앞으로의 일정 등을 꾸준히 콘텐츠로 제작하면서 애써 잡은 팬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단순한 이슈로 끝나지 않고 종목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이제 경기장 밖에서의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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