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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탄생100주년 기념‘박래현, 삼중통역자’ 전 개최
  • 민병훈 기자
  • 등록 2020-10-10 14: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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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박래현, 삼중통역자》전 전시전경

[민병훈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20세기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미술가 박래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박래현, 삼중통역자’전을 내년 1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관에서 개최한다.


박래현(1920-1976)은 식민지시기 일본화를 수학했으나 해방 후에는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회화를 모색했고,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넘어 세계 화단과 교감할 수 있는 추상화, 태피스트리, 판화를 탐구한 미술가이다. 


특히, 섬유예술이 막 싹트던 1960년대에 박래현이 선보인 태피스트리와 다양한 동판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1970년대에 선보인 판화 작업들은 20세기 한국 미술에서 선구적인 작업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러한 성취에도 대중들에게 박래현은 낯설다. 가부장제 시대는 ‘박래현’이라는 이름대신 ‘청각장애를 가진 천재화가 김기창의 아내’라는 수식을 부각시켰다. 


이번 전시는 김기창의 아내가 아닌 예술가 박래현의 성과를 조명함으로써 그의 선구적 예술작업이 마땅히 누렸어야할 비평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박래현, 노점, 1956, 종이에 채색, 267x210cm, MMCA소장

박래현은 일본 유학 중이던 1943년에 ‘단장’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받았고, 해방 후에는 서구의 모더니즘을 수용한 새로운 동양화풍으로 1956년 대한미협과 국전에서 ‘이른 아침’ ‘노점’으로 대통령상을 연이어 수상하면서 화단의 중진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 추상화의 물결이 일자 김기창과 함께 동양화의 추상을 이끌었고, 1967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방문을 계기로 중남미를 여행한 뒤 뉴욕에 정착해 판화와 태피스트리로 영역을 확장했다. 


7년 만에 귀국해 개최한 1974년 귀국판화전은 한국미술계에 놀라움을 선사했으나, 1976년 1월 간암으로 갑작스럽게 타계함으로써 대중적으로 제대로 이해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전시명인 ‘삼중통역자’는 박래현 스스로 자신을 일컬어 표현한 명칭이다. 미국 여행에서 박래현은 여행가이드의 영어를 해석해 다시 구화와 몸짓으로 김기창에게 설명해 주었는데, 여행에 동행한 수필가 모윤숙이 그 모습에 관심을 보이자 박래현은 자신이 ‘삼중통역자와 같다’고 표현했다. 


박래현, 어항, 1974-75, 종이에 채색, 개인 소장

박래현이 말한 ‘삼중통역자’는 영어, 한국어, 구화(구어)를 넘나드는 언어 통역을 의미하지만, 이번 전시에서의 ‘삼중통역’은 회화, 태피스트리, 판화라는 세 가지 매체를 넘나들며 연결지었던 그의 예술 세계로 의미를 확장했다. 


‘박래현, 삼중통역자’전은 완벽한 기술 습득을 통해 다양한 표현을 구사했고, 마침내 기술을 초월해 하나의 예술로 통합시킨 박래현의 도전을 따라, 1부 한국화의 ‘현대’, 2부 여성과 ‘생활’, 3부 세계여행과 ‘추상’, 4부 판화와 ‘기술’로 구성된다.


1부 한국화의 ‘현대’에서는 박래현이 일본에서 배운 일본화를 버리고, 수묵과 담채로 당대의 미의식을 구현한 ‘현대 한국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조선미전 총독상 수상작 ‘단장’, 대한미협전 대통령상 수상작 ‘이른 아침’,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 ‘노점’이 한자리에서 공개된다. 


2부 여성과 ‘생활’에서는 화가 김기창의 아내이자 네 자녀의 어머니로 살았던 박래현이 예술과 생활의 조화를 어떻게 모색했는지 살펴본다. ‘여원’ ‘주간여성’등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지에 실린 박래현의 수필들이 전시돼 생활과 예술 사이에서 고민했던 박래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박래현, 화장, 1943, 종이에 채색, 131×154.7cm, 개인소장

3부 세계 여행과 ‘추상’은 세계를 여행하고 이국 문화를 체험한 뒤 완성해 나간 독자적인 추상화의 성격을 탐구한다. 1960년대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박물관의 고대 유물들을 그린 스케치북들을 통해 박래현의 독자적인 추상화가 어떻게 완성됐는지 함께 추적해볼 것이다.


4부 판화와 ‘기술’에서는 판화와 태피스트리의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동양화의 표현영역을 확장코자 한 박래현의 마지막 도전을 조명한다. 박래현이 타계하기 직전에 남긴 동양화 다섯 작품이 한자리에 함께 공개되고, 판화와 동양화를 결합하고자 했던 박래현이 제시한 새로운 동양화를 감상할 수 있다. 


‘박래현, 삼중통역자’전은 덕수궁관 전시 종료 후 내년 1월 26일부터 5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순회 개최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오랫동안 박래현의 작품을 비장(秘藏)했던 소장가들의 적극적 협력으로 평소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대거 전시장으로 ‘외출’했다”면서, “열악했던 여성 미술계에서 선구자로서의 빛나는 업적을 남긴 박래현 예술의 실체를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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