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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순, 시로 말하다 9] 꽈리
  • 손유순 자문위원
  • 등록 2020-12-03 00: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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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붉게 부푼 풍선 같은 꽈리가 지천으로 피던 풀이었는데, 지금은 일부러 찾아야만 볼 수 있다. 청초淸楚한 흰 꽃도 예쁘지만, 다홍색 열매가 더욱 좋다. 소담히 부푼 그 모습이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몇 해 전 지인의 꽃밭에서 꽈리 꽃이 예쁘게 핀 것을 보고 모종을 얻어다 심고 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추억 속 꽃이기에 반가웠다. 


옛 시골집 마당 한편엔 언제나 꽈리가 자라고 있었다. 마을 부근의 길가나 빈터에서 자라며 심기도 했다. 빨갛게 잘 익은 꽈리를 꺾어다 줄기째 거꾸로 매달아 말려 놓으면 열을 내리게 하고 담을 삭이는 풀이다. 열매는 환절기에 찾아오는 목감기에 요긴한 약재로써 천식과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없애주고 인후가 붓고 아플 때 진정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꽈리는 잎과 줄기 뿌리 모두 약재로 쓰였다. 말렸을 때도 본래의 색인 다홍색을 그대로 간직하는 덕에 꽃꽂이 소재나 장식으로 사랑 받기도 한다. 꽈리는 단맛, 신맛, 쓴맛 세 가지 맛이 나며 꽤 맛이 괜찮다. 


꽈리는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 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며 시골 길가나 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노지 월동이 수월하고 반그늘 상태에서도 잘 자란다. 여름쯤에 하얀색 꽃이 피는데 꽃보다는 가을에 맺히는 공처럼 부푼 주황색 열매가 매력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망사처럼 섬유질만 남는데, 그러면 초롱 속 등불처럼 빨간 열매가 보인다. 그래서 ‘등롱초, 왕모주, 홍고낭, 홍과랑, 홍랑자’ 라고 불리기도 했다.



동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꽈리 불기에 재미를 붙였다. 붉은 열매를 따서 먼저 손으로 말랑말랑 해질 때까지 만지면 하얀 씨가 빠져나온다. 입안에 넣어 조심스레 굴리면서 남은 씨를 빼낸다. 쌉쌀하면서도 달달한 맛을 즐기며 ‘뽀드득’ 재밌는 소리를 냈다.


동그란 주머니를 입안에 넣고 굴리며 아랫입술과 윗니로 공기를 채웠다가 뺐다 하면서 지그시 깨물면 ‘뽀드득 뽀드득’ 장난감이 없던 시절 아이들이 꽈리를 불며 시골의 논밭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분명히 나와 같은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빨간 꽈리 입에 물고 ‘뽀드득 뽀드득 둥글둥글 굴리다가 병아리야 너희들도 빨간 꽈리 불어보고 싶으냐?” 동요를 부르며 즐겁게 불었다. 


황량해진 빈 들판의 쓸쓸함과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초겨울에 따뜻한 추억이 깃든 꽈리를 떠올리며 어릴 적 마음이 포근하다.  


2020. 12. 2


# 소정 손유순/1990 - 현재  소정도예연구소장, 1999 - 2000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 강사, 2001-경기도세계도자기엑스포 개막식(김대중 대통령 접견), 2002-국제도자 워크샵 초대작가 – 한국도자재단, 2004-경기도으뜸이 도자기 부문 선정(청자 참나무재유 개발)-경기도지사, 2014-사단법인) 다온시문화협회 시인, 본지 도자기 부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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