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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14] 극단 토브, 박현욱 작 연출 '상주사심과 배달의 만족'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2-14 02:00:44
  • 수정 2023-02-15 07: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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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드림씨어터에서 2021 창작 단막극 축제 극단 토브의 박현욱 작 연출의 <상주사심(常住死心)>과 <배달의 만족>을 관람했다.

극작과 연출을 한 박현욱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의 배우 겸 연출가다. <적의 화장법> <타오르는 안토니오> <모든 것은 변한다> <도덕적 도둑> <정의의 사람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갈매기> <회상> <결혼전야> 그 외에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아마데우스> <벚꽃동산> <파더레스> <스캔들 스캔들> <렌트더 리얼> <괜찮아요> 그 외에 다수 작품에 출연해 연기는 물론 연주에도 탁월한 기량을 보이고 연출작으로는 <주눈> <링링링링> <다시 갈매기 <임대인생> <회상> <결혼전야> 등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미남 연극인이다.

<상주사심(常住死心)>은 김수영 시인과 연관된 내용이고, <배달의 만족>은 전태일 열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김수영(1921~1968) 시인은 한국의 대표적 참여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초기에는 현대문명과 도시생활을 비판하는 시를 주로 쓰다가 4.19 혁명을 기점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군사독재정권의 탄압과 압제에 맞서 적극적으로 부정과 타협하지 않는 정신을 강조하는 시를 썼다. 그는 이렇게 썼다. "4.19 때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통일을 느꼈소....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그처럼 아름다워 보일 수가 있습니까!" 김수영 시인은 이어령과의 논쟁을 했는데, "불온한 문학을 발표할 수 있는 사회가 정상사회"라고 비판했다.

평론가 김현은 그를 "1930년대 이후 서정주·박목월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재래적 서정의 틀과 김춘수 등에서 보이던 내면의식 추구의 경향에서 벗어나 시의 난삽 성을 깊이 있게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던 공로자"라고 평가한다.

그의 사후 민음사에서는 그를 기념하는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하여 1981년 이후 매년 수여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를 소개한 최초의 소설은 자유실천문인협회 창설자인 소설가 박태순(朴泰洵,1942~1919)이 1980년에 발표한 전태일 열사의 모친 이소선 여사를 그린 <어머니>를 통해서다.

전태일(全泰壹, 1948~1970)은 대한민국의 봉제 노동자이자 노동운동가, 인권 운동가이다. 전태일은 경북 대구시에서 장남으로 태어났고, 1954년 가족이 모두 서울로 이주하여 남대문국민학교를 다녔다. 1963년 대구에서 살다가 다시 1964년 상경하여 1965년부터 서울 평화시장의 의류제조회사에서 재단사로 일하였다. 1969년 평화시장 재단사 모임인 ‘바보회’를 조직하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여 노동청에 진정을 하였지만, 노동자들의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69년 9월부터 1970년 4월까지 건축 노동자로 일하다가, 1970년 9월 평화시장으로 돌아와 ‘삼동친목회’를 조직하고 노동조건 실태 설문 조사를 하고, 정부, 언론 등에 개선을 요구하였다. 이후 다락방 철폐, 노동조합 결성 지원, 노동조건 개선 시위 기획 등을 하였으나 수포로 돌아갔다.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에서 유명무실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거행하고 분신 항거하였고, 그 날 밤 숨을 거두었다. 그의 자살 이후 평화시장에 청계피복노동조합이 결성되어 민주노조운동을 전개하였다. 

그의 어머니 이소선은 아들의 유언에 따라 청계노조와 노동운동에 헌신하였다. 또한 전태일의 분신자살은 정부의 산업화과정에서 희생당하던 노동자의 삶이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한국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학생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1970년대 이후 한국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상주사심>이나 <배달의 만족>은 김수영 시인과 전태일 열사의 행적을 부분적으로 묘사한 30분짜리 단막극이기에 마치 영화의 예고편 같이 역동적인 장면과 가슴 찌릿한 장을 연출해 낸 공연이다.

무대는 중앙에 반투명의 가리개 다섯 개를 병풍처럼 세우고 그 사이로 출연진이 등퇴장을 하고 조명빛으로 반투명막 뒤에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 하수 객석 가까이에는 커다란 나무술통 같은 조형물을 배치하고 그 위에 김수영과 전태일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상수 쪽에는 후반부에 긴 소파를 배치해 출연진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천둥소리로 극 도입을 장식하고, 샹송과 오페라 아리아 그리고 김민기의 가요가 배경음악으로 깔려 극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남성들은 상의를 벗고 출연해 마치 레슬링 선수나 기계체조 선수 같은 동작으로 열연을 해 보인다. 우산을 적절하게 사용해 날씨에 대처하는 것보다 부인을 학대하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상주사심>에서는 김수영의 이념과 사상이 무대위에 열정적으로 구현되고, 대단원에서 시인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한다.

<배달의 만족>에서는 1970년대에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투쟁하던 전태일 열사와 동명이인인 청년을 등장시키고, 그의 행적과 처지를 조명한다. 전태일 열사와 같은 이름이라고 해서 친구들에게 조롱을 당해 그 이름을 싫어하다가, 차츰 전태일 열사의 행적을 알게 된 후, 약자를 위해 살기로 결심을 한다. 그리고 연극을 하게 되면서 거리에서 극장 표팔기를 시작하면서 벌이는 행적 또한 관객의 가슴을 찡하도록 만든다. 힘업는 사람, 약자의 편을 든다는 것이 권력자나 강자에게 아첨을 하는 무리와 얼마나 다르고 힘드는 것인지를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연극이다.

고태혼, 이 옴, 전다록, 표민지, 김다올, 채희원, 손건우, 안상우, 류경주, 배태민 등 출연진의 혼신의 열정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갈채를 이끌어 내면서 2021 창작 단막극 축제 극단 토브의 박현욱 작 연출의 <상주사심(常住死心)>과 <배달의 만족>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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