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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자유로운 붓놀림, 종이 위에 펼치다...최욱경 '레다와 백조'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1-11-30 09:15:47
  • 수정 2021-12-01 00: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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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작가, 최욱경(1940-1985)의 '레다와 백조'를 중심으로 그가 펼쳤던 예술 실험에 대해 소개한다. 


최욱경은 늘 변화를 추구하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1963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당시 미국 미술을 이끌었던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아들이고 표현양식과 기법, 색과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갔다.


1969년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그린 '레다와 백조'는 최욱경의 예술세계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가는 서술적인 소재인 '레다와 백조'를 담대하면서도 즉흥적인 붓놀림을 통해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흑백으로 색을 제한함으로써, 화면의 구성이나 재료적인 실험에 더욱 집중했다. 이러한 시도는 자유를 갈망했던 작가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흑과 백, 채움과 여백, 그리고 강과 약의 대비가 어우러진 강렬한 인상의 그림이다. 살아 움직이듯 이어지는 북자국은 작가의 손놀림을 그대로 드러낸다. 레다와 백조는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와 레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백조의 모습을 한 제우스가 레다를 유혹하는 내용이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여러 작가들이 작품의 소재로 사용해 왔다. 


최욱경이 여성주의적 의식이 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소재에 기존의 작가들과는 다르게 접근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기백이 느껴지는 강한 선과 서술적인 소재를 완전추상으로 표현한 대담한 시도에서 최욱경만의 시선이 드러난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는 재료사용에서도 이어진다.


작품을 옆에서 살펴보면 광택이 도는 종이 위로 검은 잉크가 두텁께 올려진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물감이 잘 스며드는 도화지가 아니라 코팅이 된 인쇄지에 그림을 그렸다. 흡수되지 않은 잉크가 종이 표면에 남아 잉크의 질감과 양감을 잘 드러난다. 


그림에 사용된 잉크는 서예시간에 흔히 접하는 먹과 달리 기름이 주 성분인 인쇄용 잉크이다. 미끌미끌한 기름의 특성 때문에 붓놀림이 끊김없이 이어질 수 있었다. 이렇게 작가가 사용한 종이와 잉크는 붓 끝을 통해 작가의 내면의식을 강렬하고 생생하게 드러내기 적절한 재료였다고 볼 수 있다.



최욱경 작가는 사실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을 쭉 훑어보면 특히 6,70년대에 흑백 작품을 상당히 많이 그렸음을 알 수 있다. 흑백으로 작업을 할 때에는 색이라는 변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화면의 구성이나 재료의 효과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욱경은 흑백작업 외에도 다양한 표현방식이나 매체를 활용했다. 특히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탐구하면서 작업세계를 확장했다. 레다와 백조에서도 그러한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 화폭 위에서 찾은 나, 최욱경


레다와 백조는 작가가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최욱경은 한국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요. 이는 변화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고 한다.



“서울 미대를 졸업하고 났을 때 나는 변화가 절실하다고 느꼈다...다른 어떤 것을 욕구했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요컨대 나의 유학의 절대적 동기는 변화에 있었다.”

- 월간 동서문학 1972년 9월 “새로운 세계와의 적극적인 만남” 중에서


변화된 환경에서 접한 미술은 아주 새로웠던 것 같다. 최욱경은 미국 학생들의 작품을 보고 처음에는 엉터리 같다고 생각했다 한다. 하지만 곧 그들의 작업이 이론적 뿌리도 튼튼하고 무엇보다 개성이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때부터 작가는 자기만의 것을 찾기 위해 더욱 더 작업에 매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당시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받으면서 다양한 양식과 기법을 시도하고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확립해 갔다. 최욱경은 작가로서 늘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다. 부단히 노력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작가였고, 대담한 필치로 그린 레다와 백조에서 그런 작가의 굳은 심지와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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