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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 이상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 등록 2021-12-28 18: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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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기간의 활용법

최근 언론들의 대통령 선거 보도는 주요 정당 후보의 가족 문제가 지면의 많은 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차기 정부 5년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렇게 진행되어도 되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된다. 가족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후보들 간의 ‘공방’ 그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막장 경주’ 식으로 양측 모두를 비판하는 언론의 보도도 피로감을 누적시킨다. 대통령 선거를 90여 일 앞둔 지금,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 차기 정부 5년의 전망  


차기 정부 시기 동안 우리나라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물론 코로나 19 대유행은 극복될 것이다. 먹는 치료제의 상용화는 물론이고, 마지막 종식을 앞두고 계속 변종을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 자체도 독성이 약화 되어 감기와 같은 토착 질환으로 인류와 공생을 하게 될 것이다. 


차기 정부 기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추세를 보면 우리가 이탈리아와 영국을 추월하여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만 1,880달러에 비해 3,120달러 가량 늘어,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5,000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추세라면 2년 후에는 약 4만 달러가 되고, 차기 정부 후반부인 2027년쯤에는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 가능성이 전망된다. 미국 등 거대 국가나 북유럽의 작은 나라를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현재의 프랑스나 독일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국민소득 4만 불 시대의 삶이 거의 피부에 와 닫지 않는다. 


명목 국민소득은 이탈리아 수준을 넘었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은 개도국 수준에 불과한 것은 특정 대기업과 상위 고소득자들에게 국가의 부가 모두 집중되고, 다수 국민들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득 양극화와 자산의 불평등이 악화되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불가능해진다. 당연히 차기 정부의 과제는 이러한 양극화를 극복하는 것이고, 경제적인 필요성 때문이라도 적극적인 복지국가 정책과 소득재분배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차기 정부 시기에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늘어나는 노인인구로 인해 이미 17.5%의 노인이 전체 의료비의 50%를 소비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인의료비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돌봄 부담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한 해 출생하는 숫자가 28만 명 이하로 줄어든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대학교 입학 정원 보다 고등학교 졸업하는 숫자가 더 적어 지방의 대부분의 대학들은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47세를 넘었고, 수도권의 산업단지에서 조차 근로자를 궇랄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경제활동 인구의 축소를 전제 조건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경제를 설계해야 한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나라의 현실로 자리잡은 저출생과 고령화는 우리 사회 전반의 새로운 설계와 재배치를 필요로 한다. 


# 선진국에 필요한 경제, 사회 시스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 불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국민과 기업들의 노력뿐 아니라, 코로나 19라는 시기적인 특수 상황, 또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헌신적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탁월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국가 시스템에서 이를 받쳐주지 않으면 금방 국제경쟁력이 밀려서 도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우리 경제의 주력 품목으로 손꼽히는 조선이나, 반도체, 스마트폰 그리고 진단키트를 포함한 몇 가지 분야에서의 “한국 특수”가 최근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는데, 원천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우리가 이러한 분야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깨어보니 선진국”이 되었던 것은 앞 뒤 살필 겨를 없이 달려온 덕분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주된 모델이었던 <모방 추격형> 발전 전략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경제가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다른 나라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 세계 최초의 <프론티어>가 되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형 국가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세계 5위권의 선진국이 되려면 남들보다 앞서는 기술과 산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의 개발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산업구조 등 많은 부분의 변화가 필요하다. 잠시 앞서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앞장서 가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구조의 많은 부분에 <대전환>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가 바뀌는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런 세계적인 대전환에 발맞추어 우리도 에너지 부문이나 산업 부문에서의 대전환이 진행되어야 하고, 이미 수소경제나 연료전지 발전 등 일정 분야는 우리나라가 앞서서 세계적인 대전환을 앞서 선도하고 있다,


AI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도 한창 진행 중이다. K-방역의 성공에 힘입은 한류 바람을 타고, ‘오징어게임’이나 ‘지옥’ 등 우리 컨텐츠가 구독경제를 통해 헐리웃을 대체하여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작권 관련 법이나 제도는 우리의 지적 자산을 지켜줄 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BTS의 공연을 수 십 만 명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5G 세계 표준을 우리나라의 기준으로 만들었듯이, 이런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메타버스의 세계 표준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 준비는 미흡하여, 그런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대립 속에서는 우리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데,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선진국을 따라하는 <모방추격형> 모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새롭게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으로 연계시키는 <세계선도형>으로 가야만 한다.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또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도 기존의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역할 분담을 하고, 벤쳐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서로 협력하고 계열화하여 신기술과 신산업의 초기 육성은 벤쳐기업이 담당하고, 적절한 기술료와 투자를 통해 기술과 비지니스 모델이 제값을 받고 거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경제민주화’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이 부분이 취약한데, 기술 약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되 정당한 기술은 매매와 거래가 쉽게 되도록 해서 개발자들과 산업화하는 분들 간에 역할이 합리적으로 거래되고, 나누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선도국가를 위한 노동 부분의 변화는 결국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지금의 입시를 위해 전국적으로 동시에 수능을 통해 줄 세우기를 하는 방식의, SKY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창의적이고 질 높은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입시를 위해 가족이 가진 모든 자산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하다. 교육이 이대로는 않된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도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그리고 고등교육이 각각 새롭게 정비되어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교육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직업교육은 폴리텍 고등학교를 강화하고, 지원을 확대하면서, 전국의 기초지자체별로 필요한 기술인력을 교육할 수 있도록 폴리텍대학의 설립이 필요하다. 새롭게 대학을 만들지 않아도, 신입생 모집에 실패한 대학을 활용하여 그러한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광역단위로는 한국기술교육대학과 같이 조금 더 상위의 기술교육과 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대학을 지정하여 산업구조의 변화나 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노동자들이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고등교육은 지역국립대학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역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국립대학법을 입법하고, 이 대학들이 국책연구소들과 연계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수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국책연구소”들이 많이 설립되어 있다. 이들 국책 연구기관들이 기존의 자신의 역할 뿐 아니라 후진양성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지역의 국립대학들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평생교육 체계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문화센터나 학점은행제를 위한 사이버 대학 수준의 평생교육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요구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평생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이들 평생교육은 역사화 문학 등 교양 수준의 인문학을 넘어 문화와 예술, 그리고 스포츠와 레저 등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문화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평생교육이 서비스의 확대와 일자리의 생산으로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


# 저출생과 고령화에 대응하는 사회 시스템


주당 120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윤석렬 후보와 달리, 이재명 후보에 이어 심상정 후보도 주 4일 노동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여가 시간을 늘려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나누고, 내수 진작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은 필요하다. 하지만, 속도와 우선순위, 그리고 도입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또 다른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대선 기간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하여, 구체적인 도입 방법과 순서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1시간씩 근로시간 감축>을 시행하면 2027년에는 주당 최대 52시간에서 47시간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 대신 실질 소득 감소 없이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임금 보완대책이 동시에 시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재는 지지부진한 <노, 사. 정 협의>나 <경사노위> 등을 통해 각자의 역할 분담과 정부의 재정 지출에 대한 논의를 장시간에 걸쳐 시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시행 방안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분명히 해야 또 다른 사회적 혼란 없이 그러한 변화에 맞추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사회 양극화가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구매력이 없다는 것으로, 경제의 필수 요소인 내수의 위험요인이다. 그래서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아동수당의 확대, 노후 소득이 부족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의 확대,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이나,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부분을 보전해 주기 위한 장애 연금의 확대, 노동력이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장려소득제도(EITC)의 강화와 확대도 필요하다. 


다행히도 소득이나 자산에 상관없이 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도입이나 적극적인 공공 부문 일자리 만들기를 내용으로 하는 기본서비스 정책 등 다양한 복지국가 정책들이 주요 후보들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다만 우선 순위와 확대 방법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사회적 합의를 어느 정도 해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이들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다. 


대상자들에 맞는 소득보조 정책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의 사회적 공감대가 있지만, 이를 위해 전국민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노인과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확대와 아동수당 인상을 먼저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논의를 제대로 해야 한다. 


5천만 전국민에게 연간 100만원(매달 약 8만원)의 기본소득을 먼저 시행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이상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 상위 소득 20%를 제외한, 약 8백만 명의 모든 노인들에게 1인당 최저 생계비 수준인 월 50만 원의 기초연금을 먼저 지급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만일 2가지 정책을 병행한다면 발생할 ‘중복 수급’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도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또한 이들 정책을 진행할 경우 소요예산과 어떻게 단계별로 속도를 맞추어 갈 것인지 등에 대한 토론도 이번 대선 기간에 시작되어야 국민적인 공감대와 합의를 형성할 수 있다. 


# 남은 대선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


생각해 보면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장점도 있지만, 대선기간 동안 차기 정부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출발했고, 인수위도 없이 바로 국정에 임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다음 정부는 그러한 아쉬움이 없도록 제대로 준비해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정치와 경제의 변화, 사회와 교육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제대로 차근차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해외의 석학으로부터 한국의 대선을 멀리서 보고 있으니, 마치 <19세기와 22세기의 대립>, <과거와 미래의 대결>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후보는 120시간 근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거나, 저임금으로도 노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 등 생각이나 가치관이 박정희 시대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의 사고방식에 붙잡혀 있어 놀라웠다고도 했다. 


언론에서 이러한 문제를 단순한 후보자의 실수로 치부하면서, 그 근저에 있는 후보자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취재를 하지 않고 있어, 지금과 같이 계속된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은 아무런 발전이나 진전도 없이 그냥 지나갈 것이다. 지금은 21세기를 넘어 새로운 22세기의 문이 열리는 시기로, 한국을 넘어 세계사적인 대전환들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이러한 변화와 대응 방안을 주제로 양당 후보들의 생생한 토론과 논의를 보고 싶어 한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대한민국은 우리의 위치에 대해 좀 더 넓게 바라보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좀 더 길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대선 기간이 대한민국이 차기 정부에게 요구하는 시대적 역할을 잘 규명하고, 국민적인 합의를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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