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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년정치의 빈곤한 현실과 대안
  • 송영신/복지국가소사이어티 청년위원장
  • 등록 2022-02-21 10: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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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는 가운데 후보별 세대 지지율 분석도 함께 나온다. 2030, 4050, 60대 이상 연령대의 후보 지지율, 이유, 특징도 각각 다르다. 이번 대선에는 만 18세(생일이 지난 2004년생부터 해당)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12월 선거법 개정이 통과되어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면서 2020년 만 18세를 맞이한 청소년은 총선에서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학생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었다가 드디어 참정권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이 결과는 김대중 대통령이 1997년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이후 22년 만에 이루어졌다. 더불어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총선과 지방선거 피선거권 연령이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만 18세부터 선거 후보로 출마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정당법 개정이 되지 않아 무소속으로만 가능하다.


# 정치는 어른의 전유물인가?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결국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인데, 이런 권리를 행사하기 이전에 우리나라 청소년, 청년들에게 과연 생활 속에서 정치를 이해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가? 투표권 행사의 의미에는 – 물론, 가족 또는 지인 등 주변 사람과 여론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 기본적으로 스스로 정치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되어 있음이 포함된다.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정치에 참여한 경험이 없이 이제 막 만 18세를 맞이한 유권자에게 투표 행위 자체로 만족하라고 할 것인가?


정당 내 청소년과 청년의 활발한 정치참여 및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의 선거권(aktives Wahlrecht, 1972년)과 피선거권(passives Wahlrecht, 1976년)은 이미 50여 년 전에 만 18세로 정해졌다. 이런 결과는 정당과 청년조직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내며 얻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독일 정당의 동고동락(同苦同樂) 정치


독일의 대표적인 정당 중 하나인 사회민주당(SPD) “청년사민주의자(유소스 / JUSOS: Jungsozialisten ind der SPD)”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청년조직이다. 이 조직은(이하 JUSOS) 1914년 뮌헨 출신인 펠릭스 페헨바흐(Felix Fechenbach: 후에 Kurt Eisner의 비서)가 “뮌헨 사회민주주의 협회(Sozialdemokratischer Verein München)"에 "청년부서(Jugend-Sektion)"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페헨바흐는 처음으로 “젊은 사회주의자(Jungsozialist)”라는 용어 사용하면서 JUSOS의 초석을 세웠고, ‘정신적‧정치적으로 강한 독자적 삶(ein starkes geistiges und politisches Eigenleben)’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그러나 SPD 당내 청년조직은 제1차 세계대전 시기 당이 독립사회민주당(USPD)와 다수파사회민주당(MSPD)으로 분열과 함께 나눠졌다.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에 청년부서의 주요 임무는 젊은 노동자들의 교육을 담당하였고, 정치적 문제보다는 주로 자연, 예술, 문화 분야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1921년 제1차 제국회의에서 젊은 사회주의자들과 당 사이의 관계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졌고, 대다수의 젊은 사회주의자들은 당내에서 독립적인 조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원했다. 1922년에는 MSPD가 USPD의 일부와 병합된 후, 청년조직도 병합되었다. 그러나 젊은 사회주의자들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결국 1931년 라이프치히 당대회는 청년조직을 해산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1933~1945년) SPD 활동이 금지되고, 그 이후에 청년대표의 조직은 다시 형성되었다. 1946년 하노버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18세에서 35세 사이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젊은 노동자조직이 지역협회에 도입되었다. 이후 1969년 뮌헨에서 개최된 연방의회에서 JUSOS는 민주적 사회주의, 페미니즘, 국제주의라는 대의를 표방하였다. 이러한 대의를 이어 오늘날 JUSOS는 ‘민주적 사회주의(Demokratischer Sozialismus)’, ‘여성주의(Feminismus)’, ‘국제주의(Internaltionalismus)’, ‘반파시즘(Antifaschismus)’ 4가지 기본원칙 아래에 주거, 교육, 노동, 경제, 이민, 다양성, 디지털화, 복지국가, 환경,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JUSOS의 상징, ‘장미를 든 주먹(Faust mit Rose)’이처럼 JUSOS는 당의 흥망성쇠와 국가와 세계의 역사적 파도를 함께 겪어왔다. 이들은 현재 전국 16개 주 협회, 6개 지부, 350개 이상 지역그룹, 80개 이상 대학생그룹, 7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한 명실상부한 독일의 대표적인 정당 청년조직이다. 특히, 16개 모든 연방주에 학생 및 직업수련생을 위한 주조정위원회가 있어 정기회의 개최, 교육세미나 제공, 주정책 수립 지원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내에도 “독일청년연합(Junge Union Deutschlands: JU)”이라는 청년조직이 있다. 이 연합은 1947년 설립되어 현재 16개 연방주에 협회를 두고 약 10만 명의 청년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청년연합은 모 정당의 예비조직으로서 청년들에게 정당의 정치적 목표를 전달하고 청년세대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활동한다. 이들도 역시 다양한 정책 의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교육 및 연구, 디지털 및 네트워크 정치, 재정‧경제‧산업, 국내 정치 및 법제, 가족 및 사회통합, 예술‧문화‧미디어, 농경제‧농촌, 기후‧환경‧에너지, 국제관계‧국방, 연금‧노동‧건강 등 폭넓은 분야가 해당된다.


2021년 연방선거 후 사민당과 다시 연정하게 된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에는 현재 16개 주에 협회를 두고 16,0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녹색 청년(Grüne Jugend)”이라는 조직이 있다. 이들은 1980년대 이미 학교 내 학생 정치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1981년 “녹색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하였다. 초창기 독립적인 협회로 활동하였으나 수년간의 토론 끝에 하나의 협회로 구성되면서, 1994년 녹색당 내 조직으로 전환되어 설립되었다. 이 청년조직은 석탄의 급속한 단계적 철폐, 에너지 전환, 마약의 비범죄화 및 합법화, 인종 및 성차별에 반대하는 평등권 요구, 반핵정책, 정보사회의 시민권, 급여 및 실업수당 인상, 자동차 없는 도심 등 청년, 교육, 민주주의, 반파시즘, 기후‧환경, 페미니즘, 성적 다양성, 사회복지, 경제 분야에서 당내 정책보다 더 급진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상: 독일청년연합(Junge Union Deutschlands: JU) 로고, 하: 녹색청년(Grüne Jugend) 로고

# 청년의 현실정치 참여도


독일 정당 내 청년조직의 활발한 활동 및 정치 참여는 실제 연방의회의 의원 선출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 연방선거(Bundeswahl)에서 선출된 연방의회(Bundestag) 의원 736명 중, 40대 미만 의원은 186명으로 25.27%를 차지했다(출처: 독일연방의회, https://www.bundestag.de/). 연령대별로는 35세~39세 78명(10.60%), 30세~34세 62명(8.42%), 25세~29세 41명(5.57%), 18세~24세 5명(0.68%)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주요 정당별 40세 미만 의원은 사민당 65명(31.55%, 206명 중), 기민당/기사당 28명(14.21%, 197명 중), 녹색당 49명(41.52%, 118명 중)이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에 이른바 ‘청년세대’ 현실정치 참여는 매우 초라한 상황이다. 제21대 대한민국 국회 40대 미만 의원 수는 11명으로 전체 295명 국회의원 중 겨우 3.72%를 차지하고 있다(출처: 열린국회정보, https://open.assembly.go.kr/). 독일연방의회 내 비율의 1/7 수준에 그치고 있다. 11명 청년 정치인에는 더불어민주당 6명(3.48%, 172명 중), 국민의힘 2명(1.88%, 106명 중), 정의당 2명(33.3%, 6명 중), 기본소득당 1명(100%, 1명 중)이 속해 있다. 이 가운데 30대 미만은 단 1명(정의당)뿐이다. 특히, 전체 국회의원 중 압도적 수를 차지하는 여‧야 양당의 ‘청년의원’ 비율은 고작 2.87%밖에 안 된다.


# 정치를 위한, 청년을 위한 정당의 역할


물론, 우리나라 정당 내에도 청년조직이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당”, 국민의힘 “청년의힘”, 정의당 “청년정의당”, 국민의당 “청년백신(전국청년위원회)”, 시대전환 “18+위원회”, 녹색당 “청년녹색당”, 민생당 “청년위원회”가 그것이다. 부디 이 조직들이 당내 그리고 우리나라 청소년‧청년들의 관심과 이익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정책을 디자인하고 실현하도록 초석을 세워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정당들은 이슈몰이를 위해 선거철에만 ‘젊은이’를 영입하는 행태를 버리고, 정당의 철학과 정체성을 구현할 ‘정당인’, ‘정치인’을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겠다.


올해 1월에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의 야당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은 자신의 참모인 서창대(이선균 분)에게 “어떻게 이기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이기는가가 중요한 법이다.”라고 말한다. 정치인에게 “왜 이기는가”에 대한 대답은 정치를 하는 ‘대의(大義)’가 된다. 이번 대선에 생애 처음 투표를 경험할 청소년과 청년들이 앞으로도 참정권 행사를 통해 정치 효능감을 경험하며 진정한 ‘정치의 맛’을 느끼길 바란다. 그래서 이들이 ‘대의(大義)’를 ‘대의(代議)’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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