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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사찰 24] 세계문화유산 영축총림 통도사(2)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2-09-24 19:40:20
  • 수정 2024-04-02 03: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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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로전 영역

[박광준 기자] 네 개의 기둥이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정면 세 칸을 이루는 일주문은 맞배지붕이면서도 공포의 포작이 아홉 개나 있을 정도로 화려하다. 지붕의 무게를 떠받치는 활주가 건물 네 귀에 세워진 이 일주문이 처음 세워진 것은 고려 충렬왕 31년(1305)으로 전해오면서, 현재의 건물은 조선 영조 46년(1770)에 중건된 것이라고 한다. 부산 범어사, 합천 해인사의 일주문과 함께 통도사 일주문 역시 일주문 하면 반드시 언급되는 모범 일주문이다. 


# 통도사 일주문


통도사 일주문통도사의 수많은 건축물 중 처음 만나는 건물로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글씨로, 통도사의 하로전이 시작되는 곳은 바로 이 천왕문 안쪽에서부터다. 천왕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짜리 맞배지붕집이고, 안에는 다소 뻣뻣한 자세이지만 우람한 사천왕이 모셔져 있다. 불법을 수호하면서 불국토의 동서남북 외곽을 맡아 지키는 신장들이다. 건물은 고려 충숙왕 복위 6년(1337)에 초창됐고, 현재는 조선 후기에 건축된 것이라고 한다.


하로전은 중심건물인 영산전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약사전, 오른쪽으로 극락보전, 맞은편으로 만세루, 이렇게 네 건물이 하나의 마당을 가운데 놓고 튼ㅁ자로 둘러서 있고 마당 가운데에 삼층석탑이 놓여 있다. 만세루가 이름처럼 누각은 아니지만, 누각을 지나 대웅전 마당으로 들어서게 되는 이른바 조선시대 중정형 가람배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 영산전


하로전의 중심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식 맞배지붕집이다. 건물 외관이 오랜 풍화로 다소 가라앉은 느낌인 데 비해 문을 열고 들어선 영산전 내부는 매우 화려하고 웅장하다. 우물천장으로 마감된 천장에는 300년 가까이 활짝 핀 꽃들이 아직도 시들지 않은 채 벙긋거리면서, 대들보에서는 황룡과 청룡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공포와 공포 사이의 자투리 공간인 공포벽에 그려진 나한상이라든지, 산수화풍의 갖가지 그림들이 있다.


영산전이들 영산전 내부 벽화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서쪽 벽에 그려진 다보탑 그림으로, 서쪽 고주 사이의 벽을 온통 다 차지하는 이 다보탑 그림은 그 크기가 가로 2.2m, 세로는 무려 5.4m에 달한다. 그림은 풍령과 구슬장식을 줄줄이 매단 구층탑이 화면 중심에 우뚝 서 있고, 탑 3층 내부에는 석가여래와 다보여래 두 부처님이 나란히 앉아 있는 이불병좌상이, 탑 좌우에는 보살상과 제자상이 각기 네 분씩 그려져 있다. 탑의 지붕이 금빛 찬란하고, 검은색, 노란색, 흰색, 붉은색, 푸른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그림의 전체 분위기가 매우 밝고 화사하다. 


# 다보탑 벽화


영산전 내부 서쪽 벽면을 온통 차지한 벽화로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가 탑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림의 전체 분위기가 매우 밝고 화사하다. 영산전 내부에는 주존불로 석가모니불상을 모시고 있으나 건물의 정면인 남쪽을 바라보도록 배치돼 있지 않고 서쪽 다보탑 그림 맞은편, 곧 동쪽 벽면에서 다보탑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모셔져 있다. 후불탱화로는 석가모니가 영산에서 설법하고 있는 장면을 그린 영산회상도가 걸려 있다. 크기는 가로 2.33m 세로 3.39m이다. 


양산 통도사 영산전 다보탑벽화 이 밖에 40년 정도 뒤인 영조 51년(1775)에 제작된,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나눠 그린 팔상도가 석가모니불상 옆에 걸려 있다. 그림의 크기는 각각 가로 1.51m 세로 2.33m이고, 각 그림마다 다섯 개에서 일곱 개의 장면이 치밀하게 구성돼 있고, 등장하는 인물의 모습이 매우 생동감 있다. 이 팔상도는 현재 보물 제1041호로 지정돼 있다.


영산전을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편, 곧 동쪽에 자리한 극락전은 여느 사찰에서라면 영산전을 제치고 주불전으로 대접을 받을 터이지만,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 통도사에서는 영산회상이 재현된 영산전이 창건 목적에 더욱 부합하다.


# 극락전 


극락전의 창건연대는 고려 공민왕 18년(1369)이라고 전해진다. 현재의 건물은 대략 조선시대 중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화려한 팔작지붕집이고, 지붕을 활주로 받치고 있다. 영산전과는 같은 정면 3칸 측면 3칸이지만 규모는 더 작다. 


통도사 극락전/문화재청 우선 문을 살펴보면, 정면 3칸에 모두 문을 달아 개방토록 한 것은 여느 법당과 마찬가지이나 측면에서는 대개가 앞쪽 퇴칸에만 문을 내는 관습을 탈피해 어칸에도 문을 달아 개성적인 멋을 보인다. 어칸에 문을 단 것은 좌우 측면이 마찬가지이나 좌우 측면의 구성은 다르다. 곧, 극락전을 정면으로 보아 왼쪽 측면은 앞쪽 퇴칸과 어칸이 문인 데 반해 오른쪽 측면은 어칸에 문을 내었고 앞쪽 퇴칸은 판벽을 했다. 좌우 측면 모두 뒤쪽 퇴칸에는 각각 인왕상을 벽화로 그렸다. 건물의 뒤쪽도 여느 건물과는 매우 다르다. 가운데 어칸 벽은 험한 바다를 건너 극락세계로 향하는 반야용선 그림으로 장식하고 양쪽 퇴칸에 문을 냈다. 극락전 내부에는 아미타불상이 주존불로 모셔져 있고, 좌우에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식 팔작집으로 조선 중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슷락전의 반야용선극락전의 반야용선은 극락전 건물 뒤쪽 어칸 벽을 꽉 채우고 있는 벽화로, 극락전을 상징하듯 험한 바다를 건너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반야용선이 그려져 있다. 영산전이 다소곳하고 듬직한 멋을 풍기는 데 반해 극락전은 역동적인 기색이 역력하다. 외관으로만 보면 극락전이 훨씬 더 오래 시선을 끈다. 극락전을 마주보고 있는 약사전은 다시 정적인 이미지의 맞배지붕집이다.


# 약사전


약사전은 극락전과 마찬가지로 고려 공민왕 18년(1369)에 초창됐으나 현재의 건물은 조선시대 중기에 건립된 것으로 보여지고, 정면은 3칸이나 측면은 단 한 칸뿐인 조촐한 건물이다. 기둥 위를 평방으로 깔끔히 마무리하고 공포를 다포식으로 올린 것은 정면과 뒷면이 마찬가지이지만, 한 칸인 측면에는 평방도 공포도 없는 것이 매우 독특하다. 안에는 주존불로 약사여래상을 모시고 있고, 후불탱화로 약사여래불과 함께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비롯해여러 보살을 그린 그림을 걸고 있다. 


약사전 마당 가운데 서 있는 삼층석탑은 규모가 작아 단출하고 달리 눈에 띄는 장식이나 결구수법이 보이지 않아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만약 이 삼층석탑이 없었다면 하로전 영역이 그저 천왕문에서 불이문에 이르는 통로로 그칠 수도 있었을 것을 상상해보면, 새삼 삼층석탑의 존재에 무게가 실린다. 근래에 만들어진 높직한 지대석 위에 이중기단을 놓고 그 위에 탑신부를 놓았다. 하층기단에는 안상이 새겨져 있고, 상층기단은 귀기둥과 버팀기둥이, 각 층의 몸돌에는 귀기둥만이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다. 지붕돌은 네 귀퉁이가 깨어져나갔지만 지붕돌 층급받침은 4단인 것이 뚜렷하다. 상륜부에는 노반과 복발 일부가 남아 있다. 


통도사 삼층석탑삼층석탑 앞의 배례석은 복원된 것이긴 하지만, 생김새가 말끔해 눈길을 끈다. 길고 네모지게 생긴 납작한 돌로, 그 위에 돌 모양대로 길쭉하게 생긴 연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본래 놓여져 있던 것은 고려 선종 2년(1085)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름처럼 누각은 아니지만 만세루는 만세루 옆의 이층 누각인 범종루에 비해서도 그 높이가 결코 낮지 않을 만큼 상당히 높고 큰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집이다. 만세루는 조선 영조 22년(1746)에 중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범종루범종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집으로 이층 구조이고, 팔작지붕을 활주로 받쳤는데, 독특하게도 활주가 2층에 있다. 2층에는 범종과 목어, 운판, 법고 등이 있다. 조선 숙종 12년(1686)에 초창됐다. 현재의 건물은 근래에 새로 지어졌다.


범종루 뒤쪽으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방 한 칸의 작은 법당이 있다. 가람을 수호하는 가람신을 모신 가람각이다. 본래 불교의 신이 아니라 민간신앙을 받아들여 모신 신이기에 경내에 모시기는 했지만 위치상으로는 천왕문 아래로 그 위상을 낮춰서 절묘하게 배치하고 있다. 


# 가람각


가람각다른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이 가람각은 범종루 뒤쪽에 있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중로전 영역으로, 튼ㅁ자형의 하로전이 아늑한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라면 불이문에서 시작되는 중로전은 동에서 서로 흐르는 주축선에 직교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점점 확장되는 추세로 동선이 짜여져 있어 경내 공간을 넓어 보이게 만든다./다음호에 계속(사진-윤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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