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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쓰고 미국 갔던 조선 외교관 이야기가 꿈틀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2-11-14 05: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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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수교 140주년 특별전

미국에 파견된 초대 주미공사관원 일행이 1888년 사진관에 들러 찍은 단체 사진. 앞줄 가운데가 주미공사 박정양이다/국립고궁박물관 제공[이승준 기자] 도포 입고 갓 쓴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어느새 중절모를 쓴 신사복 남자로 바뀐다. 전시장 도입부에서 선보이는 이 영상은 1887년 미국 주재 외교 사절로 파견됐던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1841~1905)과 그 일행이 미국이라는 서구를 바라보던 심정과 태도가 녹아 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은 한.미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갓 쓰고 미국에 공사 갓든 이약이’ 특별전을 한다. 최근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한·미수교 관련 기록물들을 다양하게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1871년 신미양요 때 오랑캐의 나라로 격하됐던 미국은 그러나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거치면서 서구 근대의 상징이자 힘을 가진 국가로 다가왔을 것이다. 조약 체결 다음 해에 조선이 답례로 미국에 파견한 외교 사절 보빙사(報聘使)는 미국의 근대 도시와 혁신적인 기술을 경험했다. 당시 보빙사 대표였던 민영익은 미국을 ‘광명 세계’로 표현하기 까지 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인 ‘주미조선공사관 관련 이상재 기록’은 올해 5월에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미국공사왕복수록’과 ‘미국서간’으로 구성됐다. 박정양을 수행했던 이상재(1850~1927년) 서기관이 당시 주미조선공사관에서의 업무와 생활에 대해 기록했던 자료다. 전시는 두 기록물과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구성해 주미공사 박정양과 공사 관원 일행이 펼쳤던 초기 외교 활동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번 전시는 보빙사의 활동을 소개하는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다’ 구역으로 시작된다. 


1부 ‘자주 외교를 향한 노력, 첫 발을 내딛다’에서는 박정양 일행이 청나라의 간섭 속에서 힘겹게 1888년 1월 워싱턴 DC에 도착해 상주 공사관을 열고 독자적인 외교를 펼치고자 한 모습과 미국의 근대 시설과 제도를 돌아보고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노력한 활동을 조명한다. 


체스터 아서 대통령을 예방한 보빙사를 묘사한 삽화, 당시 활동을 증거하는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일행 사진’, 수행원이자 서화가였던 강진희가 다리 위로 기차가 달려가는 모습을 그린 ‘화차분별도(火車分別圖)’ 등이 나왔다.


2부 ‘본격적인 외교 활동을 펼치다’에서는 박정양 공사가 청나라의 압력에 의해 조선으로 소환된 후, 1889년 2월 두 번째 상주 공사관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외교 활동을 펼치는 주미공사들의 미국 언론 소개 모습을 살펴본다. 


외교관의 아내들의 활약상이 소개된 당시 신문 자료 등이 흥미롭다. 대한제국 시절 근대적 통신시설과 체계를 나타내는 지도인 ‘우전선로도본(郵電線路圖本)’, 전등이 설치된 궁궐 및 전차 사진 등을 통해 조선에 도입된 근대 문물의 사례를 소개한다.


공사관 집무실 공간인 정당과 접견실 공간인 객당 내부를 재현하는 등 전시 구조물과 그림 등을 곳곳에 활용함으로써 관람객이 타임머신을 타고 주미조선공사관에 실제로 방문한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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