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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퍼포먼스 온의 연극주의적 연극 ‘강은효’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2-11-20 17: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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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이상례 작가의 신작 ‘강은효’가 극단 퍼포먼스 온(대표 및 연출 남상식)의 제작으로 이달 17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눈빛극장에서 공연을 올린다. 2022년 서울문화재단 예술활동지원사업의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이번 공연은 노래극(합창극)을 표방한 작품이다. 


일반적인 음악극의 범주를 넘어서 배우들의 노래와 합창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인데 음악적 분위기의 연극이지만 기존의 뮤지컬은 물론 음악극과도 구별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것이 철저히 ‘연극’, 그 자체를 지향하는 ‘연극주의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연극주의적’이라는 다소 묵직한 표현은 이 작품의 텍스트와 표현양식이 바로 서사극이기 때문이다. 주로 사실주의 연극기법을 바탕으로 표현되는 음악극이나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지점의 정서를 가지고 관객과 만나기에 장르적인 디딤발을 연극에 두는 것이며 국내에 아직 찾아보기 드문 노래와 합창연극을 시도하고자 한다. 


서사극 양식에 음악이 더해지고 배우들의 동작(움직임)이 녹아든 그야말로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연극’을 통해 새로운 연극적 표현방식을 지향한다. 그래서 음악극이나 뮤지컬이 아닌 더욱더 밀도 있는 ‘연극주의적 연극’이라고 선언하는 작품이다. 


‘서사극적’노래극이라면 당연히 주제의식과 가치관의 문제가 형식보다 앞서야 한다. 그런 점은 극단 퍼포먼스 온이 가진 핵심 관심사였기에 이번 공연 ‘강은효’는 극단이 간직해온 고민을 초기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상례 작가와 함께 나눈 결과물이다.

 

‘강은효’는 강은효라는 보호소에 입소하는 여성인물을 통해 사회적 약자, 여성에 대한 폭력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위선과 거짓의 사회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공연은 우리가 처한 남성중심의 사회를 재활시설이라는 공간에 대입시킨다. 


이 공간은 푸코가 제시한 다소 부정적 의미의 헤테로토피아의 공간이자 권력사회의 현대판 게토(Ghetto)를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 이상례가 제시한 폭력사회, 여성에 대한 폭력 등 사회적 주제는 현재 퍼포먼스 온과 차기작을 통해서도 지속 될 예정이다.


작품의 주제와 사회문제의식에 대해 이상례 작가와 기초를 닦았다면 표현방식의 풍성함에 대해선 퍼포먼스 온과 남×궁×권프로젝트가 공동으로 만들어 간다. 


일반적으로 연출에 창작 스태프로서 활약하는 작업방식이 아닌 서로의 작업에 각각이 파트별 중심축이 되고자 참여했기에 같은 눈높이에서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관점에서 의기투합한 프로젝트다. 그래서 남×궁×권프로젝트라 이름 붙였고 이 세 사람 모두 각각의 그룹을 움직이고 있기에 상호유기적인 협력프로덕션이라 할 수 있다.



퍼포먼스 온의 남상식, 음악의 궁도환, 동작연출의 권영호 이 세 사람의 유기적인 공동작업은 이미 지난달 축제연극(스튜디오 sk소극장)의 기획에서 ‘어 무어라고’(남상식 연출)와 ‘무릎이 삐걱거려도’(권영호 연출) 연작 시리즈를 통해 성공적으로 진행된 바 있다. 


이번 공연 ‘강은효’는 그런 융합작업을 하나의 작품을 통해 보다 실질적으로 구체화하면서 심화시키고 폭넓은 대중과 만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들은 2021년 ‘어 무어라고’를 시작으로 이번 작품 ‘강은효’에 이어 2023년에도 신작을 준비 중이다.


위에 세 사람(그룹) 외에도 이 작업을 이끄는 또 하나 중요한 영역이 있는데 바로 공간디자인이다. 그동안 퍼포먼스 온의 작업과 오랜 기간 작업해 온 디자이너 김대한/김종훤은 조명 박정현과 함께 수행적 설치공간으로서의 무대를 보여준다. 


연극 ‘강은효’는 이렇게 전 분야의 창작 스태프들이 유기적인 융합작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발판으로 서사극적 텍스트와 시의적 주제, 서사극 특유의 내러티브 방식에 어울리는 공간을 개발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연극 ‘강은효’는 이상례작가와 극단 퍼포먼스 온이 ‘우리’ 서사를 바탕으로 작업하려는 목적으로 2020년 초부터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온 작품이다. 작가 이상례는 동시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내 중견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림자 이야기’(2014 국립극단)에서 ‘터널구간’(2020년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글쓰기는 최영주 연극평론가의 말처럼 “인위적인듯한 단단한 언어” “단단하고 양식화 된 드라마”라는 평가로 대변되고 매우 양식화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항상 연극적인 언어를 지향하는데‘연극에서만 표현 가능한 세계를 위한 글쓰기’를 시도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 소위 매스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 속에서 연극 언어가 갖는 특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연극주의적 공연을 시도하는 퍼포먼스 온에서 창작극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상례작가를 찾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며 더불어 작가의 텍스트에 들어있는 우리 사회와 현대에 대한 통찰 때문이다. 그러한 통찰은 구체적 사회이슈를 통해서가 아니라 평범해 보이는 삶 속에서 드러나는데 일상, 개인의 내면 속에서 표현되는 권력과 억압, 환상과 현실, 고독과 소외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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