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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의 ‘닥터카 54분’ 전후 행적...‘기록’에 발목 잡혔다.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2-12-25 17: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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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명지대 DMAT 팀원과 함께 구조활동에 나섰다며 10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신 의원 페이스북

[박광준 기자] “이태원 핼러윈 사고, 긴박했던 현장 상황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지난 10월 30일 페이스북에 이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의사 출신인 자신이 ‘재난의료지원 팀원으로서’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했고, 구조 활동에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신 의원은 이후 김어준 방송과 KBS 등에서도 같은 취지로 자신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결국 국정조사특위 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신 의원은 얼마 가지 않아 결국 ‘기록’에 발목이 잡혔다.


분초를 다퉈 현장에 도착해야할 닥터카를 신 의원이 직접 집 앞으로 불러 지체시켰고, 남편과 함께 공적(公的) 차량에 올랐던 사실이 상황실 통화 기록 등에서 드러났다. 이태원에 도착해선 긴급의료진 등에게만 허용된 현장 출입증을 착용하고 구급차 앞까지 다가가 사진을 찍은 것 외에 특별한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고, 15분만에 복지부 장관의 관용차를 타고 현장을 떴다. 


다음날 방송에 나와선 “골든타임 4분”과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했다.


그러다가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원로를 통해 ‘경기도에서 온 의료진은 이미 늦어 그다지 할 일이 없었다’고 해명하자 친민주당 진영에선 “어차피 늦었기 때문에, 신 의원이 실질적으로 구조활동을 방해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또한 거짓이었다. 신 의원이 탄 닥터카보다 경기도 더 먼곳에서 출발한 닥터카들도 중증 환자 분류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줬지만, 신 의원 닥터카는 서울시내를 경유하면서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현장에 도착했을 땐, 긴급 상황이 모두 종료돼 인명 구조를 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와중에 신 의원은 초기 자신의 과시성 인터뷰를 실어줬던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 텍스트에서 ‘자신이 한 일’을 ‘자기네 팀이 한 일’로 고치기까지 했다. 온라인에선 신 의원 행적에 대해 “만행”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신 의원의 그날과 그날 이후 행적을 정리해보면, 


신 의원은 사고가 일어난 날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실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경기도 의료기관도 이태원 현장에 출동하는지 △명지병원도 해당하는지를 물었다. 상황실장이 “곧 출동할 것 같다”고 하자 신 의원은 ‘명지병원’ 재난 핫라인 번호를 요구했다.


재난 핫라인은 응급 상황 발생 시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각 의료기관에 출동 명령을 하는 직통전화다.


그날 0시 35분 신 의원은 재난 핫라인을 통해 명지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 “나도 같이 가기로 했으니 데리고 가라”고 요구했다. 전화를 받은 당직의사는 ‘센터와 조율이 된 것’으로 이해해 신 의원을 데리러 간 것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0시 40분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에 출동 명령이 떨어졌고, 0시 51분 소속 의사 등 3인의 의료진은 차량을 타고 병원을 나섰다. 당시 모바일 상황실에 도착 예정시간을 출발 39분 후인 오전 1시 30분으로 보고했다.


신 의원은 이 시각 명지병원 DMAT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이대역 5번 출구로 오라”고 했다. DMAT이 탄 차량이 이곳으로 가니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신 의원과 남편인 구강외과 전문의 A씨였다. 이들을 태우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예상보다 15분이나 늦은 오전 1시 45분이었다.


신 의원은 힘들게 참사 현장에 도착했지만, 15분 만에 보건복지부 장관 관용차를 타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동했다. 


이에 대해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신 의원은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거의 종료됐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당시 명지병원 DMAT 활동보고서에는 “물품 지원, 의료지원 대기. 먼저 도착한 DMAT팀이 처치 완료”라는 내용이 적혔다.


그러나 명지병원 닥터카보다 20~30분 일찍 도착한 경기권의 다른 병원 보고 내용은 달랐다. 


1시 16분 도착한 분당차병원은 “비응급 40명 정도를 중증 경증 환자로 재분류하고 병원 이송”을 했고, 1시 23분에 도착한 분당서울대병원도 임시 영안소를 방문해 사망 판단된 환자를 재검진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신 의원은 10월 30일 페이스북에는 “현장에는 아직까지 중증도를 분류받지 못한 40여명의 경증 대기 환자들이 남아있어 이들을 분류하고 이송하는 역할이 우리팀의 업무였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분당차병원 활동보고서 내역에 적힌 것으로, 자신 때문에 늦게 도착한 명지병원 DMAT팀만이 ‘대기’를 하면서 홍보할 내용이 사라지자 다른 병원 DMAT팀의 업무 내용을 차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신 의원은 바로 다음 날인 10월 31일 ‘닥터카를 타고 참사 현장을 찾았던 국회의원’으로서 “골든타임 4분”을 이야기하면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방송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당은 “골든타임 4분을 넘기면 안된다고 강조하던 분이 본인의 갑질로 수십 분을 갉아먹었다”면서 신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신 의원은 방송에서 DMAT으로 일했다는 취지로 말했었는데, 이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그는 지난달 4일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문의했더니, 제가 몸담고 있었던 명지병원 DMAT이라고 하는 재난현장에 투여가 되는 긴급재난의료지원팀입니다. 그 팀도 부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 측 관계자는 신 의원이 참사 현장에서 목에 걸고 있던 출입증에 관해 “비의료진을 위한 출입증”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에 의하면 신 의원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여서 명지병원 근무 당시 응급실에 근무한 적이 없다. 병원 내 DMAT은 응급의료센터 근무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어 전공이 다른 신 의원이 DMAT으로 활동한 내역도 없다.


신 의원은 지난달 2일 KBS와 했던 인터뷰 기사를 수정하기도 했다. 최초 기사에서 신 의원은 “저는 경증, 비응급 환자의 이송 등을 담당했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을, 지난 21일 KBS는 이 기사의 해당 부분을 ‘저는’에서 ‘저희 팀’으로 바꾸고 기사 끝에 ‘신현영 의원 측이 일부 답변에 수정을 요청해와 기사를 수정합니다’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하지만 사실 은근슬쩍 고쳐넣은 내용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일산에서 마포 쪽을 경유, 신 의원을 집 앞에서 태우고 다른 닥터카보다 20~30분 늦게 현장에 도착한 명지병원 팀이 당시 한 일이라곤 ‘물품지원과 의료대기’가 전부였던 것으로 활동보고서엔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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