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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동 인쇄골목에 깃든 기억과 역사 재조명
  • 민병훈 기자
  • 등록 2019-10-08 0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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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형 청년예술단 지원사업 ‘서울청년예술단X중구’:중구난방 열혈청년 ‘상리공생:인현시장과 인쇄골목’전시


[민병훈 기자] (재)중구문화재단(사장 윤진호)은 오는 12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 인현동 골목 안에서 예술가 그룹 ‘뮤추얼’의 ‘상리공생:인현시장과 인쇄골목’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 내 19개 자치구에서 활동할 청년 예술가를 찾아 지역의 새로운 문화예술 주체로 지원, 육성키 위해 올해 첫 시행된 서울문화재단 ‘지역형 청년예술단’ 사업의 일환이다. 해당 사업에 선정된 중구문화재단에서는 충무로 인쇄골목의 젠트리피케이션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한 프로젝트 그룹 ‘뮤추얼’을 최종 선정했다.
 
패션디자이너, 영화감독, 작가, 그래픽디자이너, 영상연출가. 전공도 살아온 배경도 각기 다른 5명의 여성 창작자로 구성된 그룹 ‘뮤추얼’은 비슷한 시기에 뉴욕에서 지내며면서 함께 예술에 대해 토론하고 고심하며 맺어진 인연이다. 이들은 뉴욕의 도시 발달 과정에서 매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시달리는 동료 또는 같은 지역의 예술가들을 목격했고, 세계 곳곳, 그리고 한국에서도 유사한 고충을 겪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들은 귀국해 비싼 임대료와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정글 같은 서울에서 함께 ‘공생’하기 위해 충무로의 낡은 공간에 작업실로 터를 잡았다. 한때는 번영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또 재개발과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는 이곳. 충무로 인현동에서 지내며 느낀 점들에 대해 그들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무분별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멈추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 도심 한복판, 청계천과 충무로역 사이에 위치한 인현동 인쇄골목이라는 공간에 깃든 기억과 역사를 재조명하고 이후의 번영을 기원키 위해 개최된다. 


뮤추얼의 ‘상리공생’은 관객 참여 유도형 실험 예술이다. 인쇄골목 곳곳에는 비어있는 상점 중, 세 곳의 빈 공간을 선정하고 이곳들을 중심으로 인쇄거리에 예술 둘레길을 조성한다. 세 개의 거점 공간에는 미디어아트, 영상,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쇄골목만의 질서와 생태계를 탐구하는 전시를 펼친다. 이를 통해 ‘소외된 인쇄골목’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재 정의하고 인현동 인쇄골목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소통하고자 한다. 



특히 전시의 마지막 피날레는 동국대 농악팀이 인쇄골목 안 뮤추얼이 조성한 예술 둘레길을 누비면서 이곳의 번영을 기원하는 길놀이를 펼친다. 또 인쇄골목 옆 인현시장에서는 마을 잔치를 마련해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의 세대간 화합을 꾀하고, 외지인의 유입과 문화를 통한 지역의 번영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인쇄 장인들의 터전재개발,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무너질 것만 같은 낮은 건물들 안에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는 인쇄 기계, 가게와 가게를 잇는 교통수단인 삼발이, 별도의 휴식처가 없는 삼발이 기사들을 위해 거리에 놓인 의자 하나, 비싼 임대료와 기계 때문에 함께 살아온 인쇄업 종사자들. 인쇄 골목의 풍경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힘을 합쳐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인쇄업 종사자들의 관계에서 영감을 얻은 창작자들은 이곳에서 ‘공생’의 의미를 발견한다.


하지만 최근 재개발로 인한 철거와 부쩍 늘어난 공사장,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오래된 건물의 ‘임대’ 공고문, 매일 새롭게 지어지는 카페와 식당들, 소위 ‘힙하다’고 소문난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까지 빠르게 흐르는 변화의 바람이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에게 날선 경계심을 갖게 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높은 벽을 치고 있는 것을 지켜본다. 


낙후된 동네에 들어선 새 단장한 가게가 환영받지 못하고, 마침내 그 지역이 무분별한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이유는 함께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기 때문...이번 전시를 통해 인쇄골목 안의 날선 경계를 풀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이 ‘공생’의 시도가 불편한 경계를 허물 것이라는 믿음으로 창작자들은 인쇄골목 안으로 들어가 ‘뮤추얼의 시선’으로 그곳의 이야기를 전시해 젊은 예술가로서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인현동 인쇄골목과 소통하고자 한다.



“뉴욕에서 만난 5명의 여성 창작자, 

젊은 예술가로서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같이의 가치’를 전하다”


뮤추얼’의 팀원들은 비슷한 시기에 뉴욕에 살았다. 각자 다른 학교와 전공을 가지고 전방위로 예술 활동을 하면서 뉴욕이라는 작지만 큰 도시에서 오랜 시간동안 함께 예술에 대해 토론하고 고심하며 인연을 이어나갔다. 시간이 흘러 하나둘씩 차례로 귀국하게 되고 서로 다른 매체를 탐구함에도 한국에서도 예술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모여져 작업실을 구하게 됐다. 비싼 임대료와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정글 같은 서울에서 함께 ‘공생’키 위해 충무로에 터를 잡고 각자 또는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룹 리더격인 박종희는 패션디자이너다.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독립 디자이너로 출발해 2018년 명품 브랜드 Dior의 화장품 광고의 미술감독,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IDOL’의 소품 및 의상 제작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을 넓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뉴욕대 영화과를 졸업해 2017년 장편영화 ‘My Life In Your Memories’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새로운 영상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영화감독 정수이, 뉴욕 소재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순수미술 조소과를 졸업하고, 귀국 후 서울시 중구청에서 지원하는 을지로 디자인.예술 프로젝트의 선정 작가로 2년 동안 을지로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온 작가 이현지가 있다.
 
시카고예술대학(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를 수료하고 시카고 디자인 뮤지엄에서 전시회 기획, 설치 및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경험한 바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홍석윤, 역시 뉴욕대 영화과 영상이론을 전공하고 영화를 넘어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의 영상을 탐구하고자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는 영상연출가 조윤하가 그룹 뮤추얼의 구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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