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기자] 모양이 특이한 돌을 뜻하는 괴석(怪石) 그림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조선 말기 서화가 몽인 정학교(丁學敎, 1832~1914)의 10폭짜리 병풍이 경매에 나왔다.

고미술품 경매회사 칸옥션은 오는 26일 진행하는 미술품 경매에 몽인 정학교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정학교의 1906년 작 <괴석사군자십곡병(怪石四君子十曲屛)>이 출품됐다고 밝혔다. 추정가는 5천만 원에서 1억 원이다.

이 작품은 10폭의 화면에 다양한 괴석을 그린 병풍으로, 다양한 형태의 괴석과 함께 대나무, 매화, 소나무, 난초 등 사군자를 함께 배치해 변화를 줬다.

명암과 질감, 양감을 모두 살려 괴석의 입체감을 부각하고, 직선을 많이 써 묘사한 괴석에 부드러운 선과 옅은 채색을 가미해 표현한 매화와 난초의 모습은 긴장감 있는 화면에 생동감과 유연함을 더해준다.

칸옥션은 “문인화풍의 간결한 묘사와 구도적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괴석 화가’로서의 정학교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조선 말기에서 근대기까지 활동한 대표적인 초상화가 석지 채용신(蔡龍臣, 1850~1941)의 '문관초상(文官肖像)'도 경매에 출품됐다. 추정가는 5천만 원에서 8천만 원이다.

이 작품은 관복을 입고 호피를 깐 의자에 앉아 있는 관리의 모습을 그린 전신 초상화로, 오른쪽 가운데 적힌 글씨를 통해 1925년에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얼굴에 음영을 줘 입체감을 줬고, 잔주름, 요철, 수염 등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특히 관복의 전체적인 입체감을 살린 것은 전통 초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근대적 초상화의 특징이다.

호패에 새겨진 이름을 확인할 수 없어 주인공이 누군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초상화에 등장하는 장신구나 기물을 볼 때 지위나 재력, 학식이 있는 인물로 추정된다.

칸옥션은 “채용신이 ‘채석강도화소’를 운영하며 활발하게 초상화를 제작하던 시기의 작품으로, 채용신 초상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일생을 그린 10폭짜리 병풍 '충무공평생도십곡병(忠武公平生圖十曲屛)'도 눈길을 끈다.

금추 이남호(1908~2001)가 그린 이 병풍에는 어린 시절 병정놀이하는 모습부터 무과시험을 보던 중 낙마하는 모습, 왕명을 거역해 관직에서 파면된 후 압송되는 모습, 여러 차례 해전과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 이순신 장군의 일생이 담겼다.

이 밖에 고전소설 '삼국지연의'의 주요 장면을 그린 '삼국지연의도십곡병(三國志演義圖十谷屛)', 석지 채용신의 '화조영모팔곡병(花鳥翎毛八曲屛)', 남농 허건의 1946년 작 병풍 '산수십곡병(山水十谷屛)', 청전 이상범이 1957년에 그린 수묵담채화 '춘계어락(春溪漁樂)', 작자미상의 '까치호랑이', 소나무 아래 흰 사슴 두 마리를 그린 '송하서록(松下瑞鹿)', 고암 이응노의 '화조영모십곡병(花鳥翎毛十曲屛)', 운보 김기창의 '참새를 쫓는 독수리' 등도 새 주인을 찾는다.

경매 출품작은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칸옥션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