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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99] 코너스톤, 이철희 각색/연출 '옛 전통의 새로운 움직임 맹'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1-11 15: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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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혜화에서 코너스톤의 오영진 원작 이철희 각색 연출의 옛 전통의 새로운 움직임 맹을 관람했다,


오영진(1916~1974)은 평양고등보통학교(平壤高等普通學校)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시절에 <영화예술론>이라는 논문을 ≪조선일보≫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데뷔했고, 1938년에 <영남여성의 내방가사>라는 논문으로 대학을 졸업하였다.


문맹자가 많았던 당시 민족계몽을 위해서는 영화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작가가 되기 위해서 동경으로 건너가 동경발성영화제작소에 입사하여 영화를 연구하였다. 1942년 귀국하여 숭인상업학교에 근무하고, 1945년 조선민주당 조직에 참여했으며, 1950년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약칭 문총) 사무국차장에 피임되었다.


1952년 중앙문화사 사장 및 월간 ≪문학예술≫ 주간을 역임하였고, 그 뒤로도 예술원 회원 · 국제펜클럽회원 · 국제연극인협회(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 ITI) 한국본부부위원장 · 시나리오작가협회 고문 · 국제대학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1942년에 처녀시나리오 <배뱅이굿>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맹진사댁 경사>를 발표하여 각광을 받았다.


그는 안창호(安昌浩) · 조만식(曺晩植) 등 민족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조선인 학도지원병제에 반대하다가 일본 경찰에 피검되기도 하였다. 광복 직후에는 평양에서 조만식의 측근으로 우익민족주의 정치운동을 벌이다가 월남하여 공산테러리스트에게 총격을 받아 사경을 헤맨 적도 있을 만큼 철저한 항일반공투사였다.


정치에서 손을 뗀 뒤로는 희곡과 시나리오, 영화평론 등을 썼으며, 오리온영화사를 설립, 운영하였다. 6 · 25전쟁중에는 월남문인들과 함께 문총북한지부(文總北韓支部)도 만들었고, 월간 ≪문학예술≫지도 운영하였다. 전쟁 직후 미국을 시찰하였고, ITI한국본부부위원장으로 유럽도 여행하였다.


대표적 시나리오로 꼽히는 <시집가는 날>로 아시아영화제의 최우수희극상을 받았고 예술원회원으로 피선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장면(張勉) 정권 때 국무총리 문화담당 특별고문과 5 · 16군사정변 직후 최고회의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조민당(朝民黨) 당수도 역임하였다.


영화평론과 시나리오로 출발해서 한국영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그는 <하늘은 나의 지붕> · <종이 울리는 새벽> · <심청> 등의 우수한 시나리오작품을 많이 남겼고, <살아 있는 이중생각하> · <해녀 뭍에 오르다> · <허생전 許生傳> · <동천홍 東天紅> · <무희 舞姬> 등의 희곡작품을 발표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희극적 세계로서 현세의 어리석음이나 물욕을 비웃고 꾸짖는 경향을 띠고 있다. 그는 작품의 소재를 전통적인 민속과 고전소설에서 많이 가져오고 독특한 표현양식을 구사하였다. <배뱅이굿> · <맹진사댁 경사> · <한네의 승천> 등 3부작은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소재의 원천으로 한 작품이며, <나의 당신>이나 <허생전> 같은 작품은 고전소설의 현대적 재창조라고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그의 이러한 작품들은 전통의 현대화라는 측면에서 모범적인 예를 제공하였다.


이철희는 배우로 시작한 작가이며 연출가이다. 벽산희곡상 당선작가다. 훤칠한 모습에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저력 있는 연출력을 발휘해 <닭쿠우스> <조치원 해문이> <외경> <진천사는 추천석>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그리고 극단 코너스톤을 만들었다. 연출작은 <프로메테우스의 간>, <환상회향>, <기계장치의 신> 등이 있다.


2014 제 4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조치원 해문이>는 선정 당시 유려한 충청도 방언과 풍부한 유머가 가미된 희극으로, 땅 투기가 들썩거리는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일대에서 벌어지는 투기 붐으로, 탐욕이 판치는 현실풍경을 조롱하고 풍자한 작품이다. 특히 비극을 총청도식 유머가 가미된 희극으로 묘사하고, 대단원에서 씨름판 위 한바탕 벌어지는 마지막 소동은 관객들을 극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영진(吳泳鎭)이 지은 희곡. <맹 진사댁 경사>는 <시집가는 날>의 제목으로 영화화되었고(1957), 같은 이름의 뮤지컬드라마로 고쳐지기도 하였다.


한국의 양반사회를 배경으로 가문의식의 허실, 구습결혼제도의 모순, 전통적 계층사회의 비인간성 등을 풍자함으로써 사랑의 참뜻과 인간성의 회복을 강조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전체적 기조는 한국적 해학과 웃음에 있으며 한국 신극(新劇)에서 드물게 보는 정통희극의 여러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맹진사댁 규수와 정혼하게 된 김판서댁 아들 미언은 계교를 꾸며 자신을 못생긴 병신이라고 헛소문을 퍼뜨리게 함으로써, 맹진사로 하여금 그의 딸을 피신시키고 대신 종 이쁜이를 신부로 가장시켜 성례시키게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동작의 과장, 대사의 희극적 사용 등으로 ‘즐거움을 주면서 많이 가르치는’ 연극으로도 성공적이었다. 더구나 이것이 처음 쓰여졌던 1943년은 일제시대 말기로서 민족적 요소가 말살되어버린 당시에 오영진이 굳이 이와 같은 전통적 소재에 관심을 두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면서도 그가 직설적으로 민족의식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성숙한 희극정신의 바탕 위에서 작품을 육화(肉化)시켰다는 점 또한 연극사적으로 두드러진 면이라 하겠다.


이번 공연은 마당놀이 형태로각색 연출되었으나, 창극적인 요소도 가미되고 희극적 요소가 첨부되어 객석에서 폭소가 터지고, 출여진의 혼신의 열정을 다한 열연과 열창 그리고 율동은 극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어 곽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는 바닥에 커다란 카펫을 깔고 상수쪽에 의자 여섯개, 하수쪽과 객석 앞으로 짚으로만든 동그란 방석을 여섯개 배치하고, 기둥에 큰 백지를 붙여 결혼날자와 시각을 쓰고, 종반에 전구가 여러개 달린 등을 내리고, 스모그를 무대에 가득 채운다.


맹진사 역에 김은석, 부인 한씨 역에 곽성은, 맹노인 역과 그 외 역에 고병택, 갑분이 역에 윤슬기, 입분이 역에 주은주, 참봉 역에 정홍구, 삼돌 역에 신근호가 출연하여 열연과 열창은 물론 율동으로 연극을 절정으로 이끌어 우레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남경식, 조명 신동선, 음악 니실인, 작창 장서윤, 안무 이경구, 그래픽 사진 이미지 작업, 조연출 김혜주, 기획 KLEE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코너스톤의 오영진 원작 이철희 각색 연출의 <옛 전통의 새로운 움직임 맹>을 전국 순회공연이 바람직한 걸작 마당놀이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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