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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303] 서울시극단, 김승철 연출 '굿 닥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11-17 12: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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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서울시극단의 닐 사이먼 작 김승철 연출의 굿 닥터를 관람했다.


닐 사이먼( Neil Simon, 1927~ 2018)은미국 극작가다. 뉴욕 대학을 나온 후 TV 작가로 활약하다가 최초의 브로드웨이 극 <나팔을 불어라>(1961)로 데뷔하면서부터 현재 미국 상업극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가 되었다. 그의 히트 작품들은 모두 미국인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 희극들로서 한 시즌에 4개의 작품이 동시에 히트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그는 미국 연극 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작가가 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기이한 부부>(1965), <공원에서 맨발로>(1963), <성조기를 두른 소녀>(1966), <프라자 호텔>(1968), <최후의 불같은 연인>(1970), <선샤인 보이스>(1972), <로즈의 딜레마>(2003년)가 있다.


<굿 닥터>(The Good Doctor)는 닐 사이먼이 체호프에 대한 존경을 담아 그의 가장 유명한 단편들 중 일부를 유머러스하게 각색한 옴니버스극이다. 1973년 초연되었다. 복잡한 인간관계의 본질,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코믹하게 탐구하고 있다.


닐 사이먼의 <굿 닥터>는 짤막한 단막 희곡들로 구성된 옴니버스극이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작품들을 패러디하고 있는데, 체호프로 짐작되는 작가가 등장해 에피소드마다 짤막한 논평을 덧붙이며 각 편을 아우른다. <재채기>는 체호프의 <정부서기의 죽음>을 토대로 했다. 정부 서기가 오페라 극장에서 실수로 장군에게 재채기를 한 뒤 과도하게 사과하고 급기야 신경쇠약에 걸린다. <가정교사>에서는 한 부인이 가정교사를 속여 이런저런 명목으로 지불해야 할 보수를 깎으려 한다. 그런데도 가정교사가 고맙다고 하자 이 모든 억지를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충고하며 제대로 된 보수를 지급한다. 


<치과 의사>는 치과를 방문한 사제와 열정 가득한 치과 진료소 조수 이야기다. 조수의 끓어오르는 직업적 열정에 사제는 점점 사색이 되어 간다. <늦은 행복>에서는 노령의 남녀가 노래 부르며 서로를 위해 시간을 낼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물에 빠진 사나이>는 물에 빠진 척해 돈을 버는 건달 이야기다. <오디션>은 오디션을 위해 오데사에서 모스크바까지 나흘을 걸어온 한 배우의 이야기다. 


오디션 내내 심드렁하던 작가 앞에서 배우가 명연기를 펼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의지할 곳 없는 신세>에서는 한 여성이 부상당해 직장을 잃은 남편 때문에 생계가 막혔다며 은행에 돈을 내놓으라고 떼쓴다. 그녀의 집요함에 은행원은 결국 굴복하고 만다. <생일 선물>은 숫기 없는 아들을 생일날 성매매 업소에 데려간 아버지 이야기다. 하지만 이내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해 줘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1973년 11월 브로드웨이 유진 오닐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매뉴얼 아젠버그(Emanuel Azenberg)가 제작하고 앤툰(A. J. Antoon)이 연출한 이 공연은 이듬해 토니 어워즈에서 최고 여자 배우상을 수상했다.


<굿닥터>는 코미디지만 그 안에서 삶의 갈등과 어려움을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여 인간애를 가득 담았다. 아울러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 주변을 따스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홍수처럼 넘치는 시대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삶의 통찰과 해학, 감동을 느끼게 할 것이다.


무대는 프로시니엄 아치를 굵은 통나무 기둥 같은 문양으로 대체하고, 막과 중간막, 배경막을 실크 스크린으로 내리고, 장면변화에 따라 막을 열고 닫으며 연출된다. 무대 상수쪽 객석 가까이에 책상과 의자를 놓아 극작가가 자리를 잡고 작품의 내용에 따라 해설과 함께 배우들과 함께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작품에 따른 출연진의 의상과 모자 그리고 소품이 관객의 시선을 끌고, 조명변화는 물론 무대에 스모그를 깔아 분위기 창출에 힘쓴다.


연극 <토카타><햄릿><킬롤로지> <아이히만> 등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 김수현이 작가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 간다.


서울시극단 배우 정원조, 이승우, 연극 <장녀들><안티고네> 등에서 묵직한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귀선, <불편한 편의점><추풍령> 등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준 문상희, 김영경 등이 출연해 호연과 열연은 물론 열창과 울동 그리고 희극적 연기로 2시간의 공연시간동안 관객을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연출을 한 김승철은 “닐 사이먼이 느꼈을 체홉에 대한 애정이 관객들에게 전해져서 내 옆의 사람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삶의 현상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술감독 고선웅 | 번역 문새미 | 음악 공양제 | 움직임 양은숙 | 무대 박상봉 | 조명 김성구 | 음향 박창순 | 의상 김지연 | 분장 목진희 | 소품 곽내영 | 무대감독 김동균 | 조연출 박재이 |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핀데이 | 사진 북촌에서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서울시극단의 닐 사이먼 작 김승철 연출의 굿 닥터를 원작을 능가하는 한편의 걸작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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