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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술의 ‘오페라이야기’3] 어느 여인의 사랑이야기
  • 김방술 교수/현) 울산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본지 자문위원
  • 등록 2019-07-29 01: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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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이는 오늘도 뭇 남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기세등등하다. 여느 때처럼 파티를 즐기며 이 남자가슴에서 저 남자가슴으로 그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자가 나타나 오랫동안 당신을 지켜보았노라고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왔다. 


예진은 그 남자의 고백에 잠을 이룰 수 없어 뒤척이는데 명훈이 다시 나타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둘은 조용한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신혼살림을 차리고 꿈같은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명문가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명훈의 아버지 제문은 예진에게 명훈를 떠날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남자경험이 많은 예진은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간절한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명훈을 떠나게 된다. 


그녀가 떠난 후 명훈은 자신이 경제적 능력이 없어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그녀가 갈만한 파티장소에 일부러 찾아간다. 명훈의 예상대로 예진은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고 명훈은 질투심에 불타 그녀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돈 밖에 모르는 여자라고 모욕을 준다. 명훈의 장래와 그의 가문, 그리고 여동생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예진은 그녀의 사랑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지병으로 고생하고 있던 예진은 폐병에 걸려 다시 소생할 희망이 없다. 예진은 오늘도 명훈을 기다린다. 그녀의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마음에 병은 점점 깊어져 가는데 명훈에게는 소식이 없다. 그의 아버지 제문에게 온 편지를 읽고 또 읽어 이젠 외울정도가 되었는데...


드디어 명훈이 그녀에게 돌아와 모든 오해를 풀고 예진의 사랑이 변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강권 때문에 그를 떠났다는 걸  알고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러 돌아 왔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녀는 회생할 수 없었다. 그저 명훈의 품에 안겨 싸늘한 시신으로 남겨졌다. 


위의 예진의 사랑이야기는 여러분들이 잘 아는 쥬제뻬 베르디가 작곡한 라트라비아타의 줄거리이다. 글의 소재가 사랑과 신분에 얽힌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서 더 애틋하고 가슴을 울린다. 신분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이몽룡과 춘향이의 사랑과도 닮은 듯하다. 


이렇게 오페라는 18세기 사람들이 잠도 안자고 줄을 서서 볼 정도로 사랑을 받았던 그 시대 최고의 놀이 문화였다. 21세기에도 그런 문화의 중흥이 다시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약력


김방술/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및 대학원 졸업, 맨하탄음대 대학원 및 줄리어드오페라센터 졸업, 오라토리오 ‘메시야’ ‘천지창조’,브람스, 모차르트, 포레 ‘레퀴엠’, ‘엘리야’ ‘사도바울1,2’, 오페라 ‘라보엠’ ‘춘희’ ‘나비부인’ ‘사랑의묘약’ 등 다수출연, 웨스트체스터대학 교환교수역임. 현) 울산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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