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수장(水葬) 발언이 나온 그 날 백령도에 있었는데 50 넘은 부사관이 전화해서 펑펑 울었습니다. '저희가 함장님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면서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10일 '함장이 부하들 수장'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전직 여당 당직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날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직접 방문한 최 전 함장은 "(천안함 피격사건 뒤) 지난 11년 동안 '수장'이라는 모욕적인 표현은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그 정도로 우리에게 큰 상처가 된 발언"이라고 토로했다.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수장' 발언을 한 지난 7일, 최 전 함장은 공교롭게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이 있는 백령도로 들어가는 배 안에 있었다. 천안함 생존자 송모 상사는 조 전 부대변인의 수장 '발언'을 듣고 백령도에 있는 최 전 함장에게 전화를 걸어 20여분 동안 오열했다고 한다.
최 전 함장은 이날 조 전 부대변인을 고발하면서 "최 전 함장은 자신의 부하들을 수장한 사실도 없고, 임무 중 경계에 실패한 사실도 없을 뿐 아니라, 한미연합작전에 투입된 사실도 없고, 천안함에는 잠수함을 탐지할 아무런 장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대변인은 방송에 나와 최 전 함장에 대해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켜 그 이후에 제대로 된 책임이 없었다', '함장이니까 당연히 책임을 져야죠, 자기는 살아 남았잖아요', '그때 당시 작전 중이었어요. 알지 못했다면 경계에 실패한 군인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된다는 거죠' 등 발언을 했는데, 이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최 전 함장과 생존 장병들은 전직 당직자의 실언에 대한 제명 등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일 최 전 함장은 송영길 대표와 만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밝히고, 조 전 부대변인을 제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장병전우회장 역시 "죄송하다"는 송 대표의 사과에 대해 "조 전 부대변인의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자기 부하 수장시켰다'는 발언에 대한 귀책을 분명히 해주시기를 거듭 청원 드린다"고 요청했다.